정순신 아들 학교 교사…제자에 "충격", 그 부모에 "실망"(종합)
기사내용 요약
판결문으로 본 정순신 아들 학폭 사건
정순신 부부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 중요"
당시 고교 교사 "진술서, 부모님이 전부 코치"
"책임 회피하는 모습 보여줘 많이 실망해"
"자기 보다 급 낮다고 생각하면 모멸감 줘"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 안해…충격"
法 "학폭 과정에서 죄책감·죄의식 안 느껴"
"학교폭력 정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 판단"
정순신 국수본부장 지원 철회…尹, 임명 취소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진 사퇴한 정순신(5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아들의 진술서 내용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재심 판결문에는 이 같은 취지의 회의록이 담겨 있다.
앞서 정씨는 교내 학교폭력으로 전학 처분 내용이 담긴 재심 결정을 받자 지난 2018년 강원도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위원회) 측에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미성년자인 정씨의 법정대리인이었던 정 변호사 부부는 위원회가 사실을 오인해 전학 처분 사유가 없다면서도, 절차상 위법, 재량권을 일탈·남용 등의 위법이 있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판결문에 기재된 회의록에 따르면 정 변호사 부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다른 날짜의 회의록에서 당시 정씨가 다녔던 고등학교 교사는 정 변호사 부부가 진술서에 개입한 정황도 언급했다.
교사는 "처벌보다 선도의 목적이 있으니 회유도 하고 타일러도 보고 피해 학생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을 시켜주고 싶었다"면서, "원고 부모님(정 변호사 부부)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정씨)를 선도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사실 부모님께서 많이 막고 계신다. 원고가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부모님께 피드백 받아서 다시 교정받아오는 상태였다"며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진술서 내용이) 다시 바뀌는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학교)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위원들은 정씨가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해왔다는 점, 반성 정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피해 학생의 보호와 정씨의 선도를 위해 강제 전학 조치가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수준에 대한 점수를 '전학 조치'에 해당하는 16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 역시 "원고가 피해 학생에게 한 행위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시키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잔혹한 행위"라며 "학교폭력의 정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원고의 학교폭력 행위는 상당 시간 계속돼 결코 우발적이었다고 볼 수 없고, 이런 행위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며 "피해학생은 다른 교우관계에도 큰 악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는 학교폭력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피해 학생에게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서면사과 조치에 따라 학교에 제출한 사과문 역시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다.
정씨는 지난 2017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을 상대로 폭언 등 학교폭력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피해 학생을 '돼지새끼'라고 지칭하면서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주도에서 온 빨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무리에서 빠져 기숙사 방을 따로 쓰게 된 피해 학생이 방에 놀러 올 때마다 짜증을 내며 폭언했다는 기록도 있다. 2학년으로 올라간 뒤 후배들이 전부 있는 앞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등 언어폭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의록에서 교사는 정씨에 대해 "본인보다 급이 높다고 판단을 하면 굉장히 잘해주고,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습관이 있다"고 평했다.
또 "자신이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기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학생 같은 경우에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봐서, 저는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씨는 정시모집 전형을 통해 지난 2020년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변호사는 전날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하며 아들의 사건에 대해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피해 학생과 그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임명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의 임기가 아직 시작하지 않아 사표 수리하는 의원면직이 아닌 발령 취소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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