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에서만 기 못펴는 '글로벌 플레이어' LG·삼성…공략법은?

한지연 기자, 오진영 기자 2023. 2. 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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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TV 제외) 1위, 글로벌 TV 시장 1위.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한국 기업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화려한 수식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전자제품 시장으로 불리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두 회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특유의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자국산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이어지면서 두 나라는 외산 제품의 무덤으로 불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일본과 중국 각 나라에 걸맞는 맞춤형 사업 방향을 새로 세우는 등 중·일 시장 공략에 애쓰고 있다.
'외산 무덤' 일본…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략
지난해 일본 가전 브랜드 탑5(매출 기준)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경쟁사인 미국의 월풀에 앞서는데도, 일본에선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LG전자는 현지화에 집중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TV 화질을 중요시하는 점과 유니폼 문화가 발달한 점 등을 겨냥했다. 또 미드레벨 제품군에서는 도시바와 히타치 등 현지 브랜드를 이기기 쉽지 않다고 보고 프리미엄에 집중하고 있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와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가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 제품이다.

일본 TV시장은 소비자들이 화질에 민감해 전세계에서 TV 평균판매단가(ASP)가 가장 높다. 자연히 OLED TV 선호도도 높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TV의 기술별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LCD가 96.8%, OLED가 3.2%였다. 일본에선 OLED 비중이 10.5%에 달했다.

LG전자는 OLED TV의 '원조'임을 강조하면서 일본 TV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옴디아는 지난해 일본 OLED TV 시장 내 LG전자의 점유율이 7.7%라고 집계했다. 90% 이상이 일본 TV회사로부터 나오는 곳에서 전년도보다 점유율을 0.4%포인트 끌어올린 수치다. 일본 TV회사들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수입해 TV를 만든다.

직장 내 유니폼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은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인기로 이어졌다. LG전자의 국가별 스타일러 판매 비중을 따지면 일본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 중 하나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 여의치않다. 삼성전자는 시장 진출 약 30년만인 2007년에 일본 TV·소비자가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현지 브랜드를 찾으면서 적자가 계속 쌓였기 때문.

유일하게 일본에서 꾸준히 사업을 하고 있는 품목인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이 아닌 '갤럭시' 브랜드를 강조하고,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점유율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 13.5%로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0년만에 최대 점유율이다.
중국의 경우 주방가전, TV등 전자제품군 각각 매출을 따로 집계하고, 종합 브랜드 순위는 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대 시장 중국, '맞춤형' 전략으로 영향력 키운다
중국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가 기를 펴긴 쉽지않다. 국내·글로벌 시장과의 위상도 사뭇 다르다. 중국 생활가전 시장은 메이디와 하이얼, 그리전기 세 곳의 합산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TV도 샤오미가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하이센스와 TCL, 촹유디지털 등 현지 기업이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갖는다.

스마트폰에서도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도 안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이후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하는 추세다. 때문에 한국 제품이 프리미엄을 강조해도 "이미지에 비해 비싸기만 하다"는 반응이 나올 때도 많다.

일본과 달리 인구 대국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라 마냥 포기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중국 시장 맞춤형 사업 방향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등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2월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 사업혁신팀을 신설했다. 한 부회장이 직접 해당 팀을 중심으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주요 사업 부문 경쟁력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움직임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사업혁신팀을 1년간 하면서 휴대폰, 냉장고 등 품목별로 중국 시장을 어떻게 새롭게 접근해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찾았다"며 "지난해 8월부터 신제품에 중국 소비자 만을 위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넣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중국 시장에 대한 사업 방향을 최근 새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외에 지멘스(독일), 파나소닉(일본) 등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달고 유효한 규모로 판매되는 만큼, LG전자도 설 곳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형화된 가전 가로폭과 세로폭을 중국 시장에 맞게 고치는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중국 가정에 특화되도록 가전을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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