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 정순신 사퇴… KBS "5년전 보도, 부실검증 드러나"
언론들,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의문 제기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5일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부실에 비판이 거세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몇 번째 인사 참사인지 셀 수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되는 인사 참사에 사과하고 인사 검증 라인을 문책하기 바란다”고 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가해자인 아들은 어떻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법 기술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 검증 문제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대통령실은 이렇게 참담한 인사가 어떻게 검증 시스템을 통과했는지, 전면적인 재점검에 착수해야 한다”며 “검찰 식구 챙기다가 나라 말아먹게 만들 인사다. 이번 인사를 강행한 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들도 윤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KBS는 25일 과거 자사가 정 전 본부장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보도한 적 있었다며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사안이었는데 이번 인사 검증 과정에선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유경 KBS 기자는 “2018년 11월 KBS는 학교 폭력 가해자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선 사실을 보도했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사실도 밝혔다”며 “검찰 내에선 이 인사가 당시 정순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거로 파악된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 인선 과정에선 이런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이 최종 검증을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최 기자는 “일각에선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여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과 검증 핵심 라인이 모두 검찰 출신인 점도 '부실 검증'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강청완 SBS 기자는 취재파일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법무부를 비판했다. 강 기자는 “검증 여부 자체가 확인이 어렵다는 법무부 답변은 자가당착에 가깝다”며 “만약 법무부가 실제 인사 검증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10만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정 변호사에 대한 이번 인사 검증은 참혹한 수준”이라며 “이미 5년 전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일이다. 당시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고 한다. 이듬해에는 대법원 판결로 법정 다툼까지 모두 마무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명 다음 날도 아닌 당일 저녁, 보도가 나왔고 이윽고 국회를 통해 판결문까지 모두 공개됐다”며 “임명 하루 만에 전 국민이 알게 된 셈이다. 이 정도면 실력이 부족하거나 인식의 오류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건영 채널A 사회부 기자는 25일 뉴스 방송에 나와 “(경찰청, 법무부 등) 인사 검증 주체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어디서 인사 검증을 했든 공통적 문제가 있다”며 “5년 전 정 본부장 실명은 안 나왔지만, 고위 검사의 학폭 가해자 아들 비호 논란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추천이나 임명 전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몰랐다면 고위 공직자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찰 수사 시스템 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자신의 흠결이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두고두고 반성하겠다고 사퇴한 것”이라며 “허물을 덮기 위해 정치적 물타기와 편 가르기에 급급했던 조국 전 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태와 달리 신속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전 본부장의 아들 정아무개씨는 2017년 강원도 소재의 한 유명 사립고를 다니면서 동급생에게 1년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전 본부장은 미성년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가처분을 통해 끝까지 소송전을 벌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법원은 2019년 전학 처분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정 전 본부장은 25일 “먼저 우리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우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수사의 최종 목표는 유죄 판결이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판 경험이 있는 수사 인력이 긴요하다. 이에 수사와 공판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수사발전에 기여하고자 국가수사본부장에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우리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런 흠결을 갖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 우리 가족 모두는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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