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올해는 V자반등 없다"…에너지 전문가의 예측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 올해는 없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며 무섭도록 올라갔던 국제 에너지 가격. 그 중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세가 만만치 않았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뚝 끊기면서부터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이 지난해 초 메가와트시(MWh) 당 80유로 수준이었으나 8개월 만에 330유로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했다. 현재는 MWh당 50유로 정도로 지난해 고점의 6분의 1 수준이다.
2000년부터 23년간 에너지 시장을 분석한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지난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재차 급등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날씨 변수와 함께 러시아발 천연가스 수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비축 재고량이 연평균 최대치 수준에 근접해 있는 걸 지적했다. 지난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재고 소비를 줄였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유럽 27개국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이 직전해 대비 12% 줄었고 이를 물량으로 환산하면 약 5000만톤 규모"라며 "올해 1월 전체 소비량도 전년 동월 보다 25% 준 걸 감안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차질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유럽의 LNG(액화천연가스) 비축 문제도 지적됐는데 독일은 올해부터 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로 LNG를 공급받기 시작하는 등 수급적인 측면에서의 리스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2년 후인 2025년부턴 천연가스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카타르 등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신규 천연가스 설비투자(케펙스·CAPEX)가 완료되면 1억톤 이상의 LNG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FEED(기본설계) 단계인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2026년부터는 2억8000만톤 이상의 공급 물량이 북미에서 나온다"고 예측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체사피크 에너지는 미국 텍사스 남부의 석유광구 '이글 포드'를 포함한 석유자산을 영국 화학 기업인 이네오스 그룹에 매각했다. 박 센터장은 체사피크 에너지의 결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정부에서 에너지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부상한 상황에서 유가보다 오히려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로 신규 투자가 쏠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이 없다면 구조적으로 유가는 배럴당 80~100달러 정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농수산물 생산, 물류 등에 고루 쓰이는 디젤 가격도 원유와의 마진 스프레드(원가-판가 차이)를 배럴당 20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향후엔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저장' 문제도 시장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저장이 없이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자립이 문제가 돼 지금은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규모를 늘리고 있으나 향후엔 ESS(에너지저장장치) 규모도 함께 선형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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