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개선할 수 있는데"…국회 문턱 못넘는 '국가주도 입양 3법'

원태성 기자 2023. 2. 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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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거래된 아이들]⑦ 입양 절차·과정 국가가 전담해야
법 개정되면 자료 정부 이관…과거 해외입양문제 규명 가능

[편집자주] 1970~1980년대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명암이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들이 친부모가 살아있는 아이를 호적상 '고아'로 조작해 해외로 입양을 보낸 것은 불법 인권침해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지난 64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동만 약 16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고아로 조작됐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없었다. 뉴스1은 최근 한 달 간 법무부·경찰청·보건사회부의 기·미아 통계와 각종 논문·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이제는 성인된 '고아호적' 입양아를 직접 만나 해외로 거래된 아동들의 실태를 추적해봤다.

김성주 의원실이 2021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입양기관(홀트아동복지회·대한사회복지회·동방사회복지회·성가정입양원)이 2012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입양을 통해 얻은 수입은 약 1890억원에 달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허위문서 제작을 비롯해 신분 세탁, 입양 수수료 의혹 등 지난 64년간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한 해외입양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런데도 입양 절차는 지금도 민간 기관이 전담하고 있다. 현재 입양을 담당하는 민간 기관은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 등이 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이 2021년 10월 국가주도 입양 3법(입양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 국제입양법 제정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간 기관이 전담해온 입양 절차 체계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다시 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되면 이들 민간 기관은 관련 자료를 국가기관에 넘겨야 한다. 오랜 시간 쌓인 입양 과정의 의혹이 이들 자료로 풀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상반기 중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반기에 예산을 받아 내년부터 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미 합의한 것마저 다시 검토하자며 차일피일 미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에 부닥쳐 법안은 이번에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가별 해외 입양 절차 담당기관(김성주 의원실 제공)

◇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입양 절차·과정 국가가 전담

국가주도 3법의 핵심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비준이다.

국제 입양 절차에 관한 표준을 마련하는 헤이그입양협약은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헤이그입양협약에 가입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으로 국가기관을 중앙 당국으로 지정하고 그 기능을 당국 또는 인가단체가 수행할 수 있게 입양 체계를 공공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입양 신청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가정환경 조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입양전제위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입양심의위원회가 인정하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입양전제위탁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는 민간 입양기관이 전담하는 입양 절차를 복지부 산하기관에 맡겨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국제입양법 제정안에서는 대한민국의 중앙당국을 보건복지부로 규정한다. 국제입양은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아동에게 영구적인 가정을 제공하는 등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때만 허용하며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이 법에 따른 입양으로 부당한 재정적 이익을 취득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국제입양을 전담한 민간 입양기관의 입양 수수료 의혹을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해외입양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진실화해위 회의 모습.. 2023.1.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입양기관 자료 제출 비협조적…진상규명 늦어져"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해외입양 과정에 국가 등의 불법행위와 아동·친생부모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현재까지 해외입양인 371명이 해외 입양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과거 해외 입양의 문제점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자신들이 겪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국가와 기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조사 과정은 지연되고 있다. 민간 입양기관들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조사를 신청한 입양인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민간 입양단체들이 관련 자료를 내지 않는 이유도 있다"며 "진화위에 강제 권한이 없어 진상규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도 "입양기관들이 회계·감사 자료 제출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입양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국가주도 입양 3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민간 기관들은 과거 입양 관련 자료를 모두 국가기관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의혹으로만 남았던 문제의 실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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