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활고에 분유값 벌러 성매매까지 나선 엄마…홀로 남겨진 한 살배기 숨져 [박명원의 사건수첩]
기초생계급여 등 매달 137만원으로 생활
극심한 생활고로 양육비 감당 어려워지자
사건 당일도 아이 홀로 두고 성매매 나서
집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아이 숨진 채 발견
法, 이례적으로 집유 선고…“사회도 일부 책임”
극심한 생활고로 분유값을 벌기 위해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생후 8개월 된 영아가 숨졌다. 당시 영아는 가슴에 놓여 진 롱 쿠션이 이동해 얼굴을 덮었고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엄마가 집을 비운지 2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영아의 엄마는 젖병을 고정시키기 위해 영아의 가슴 위에 롱 쿠션을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찰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숨진 영아 A군의 친모 B(30대)씨는 2021년 10월 A군을 출산한 뒤 줄곧 홀로 돌봐왔다. 미혼모인 그는 과거 임신 과정에서 낙태를 권한 가족들과 심한 갈등을 빚었고 이후 가족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
이처럼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출산 이후 소득활동도 없던 B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원으로 생활해왔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22년도 기준 2인 가구 최저 생계비(97만8026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당시 B씨는 매달 월세 27만원을 비롯해 미숙아로 태어난 A군의 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분유·기저귀 등 양육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B씨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독촉 고지서를 받은 것은 각종 공과금도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던 B씨는 매달 늘어나는 A군의 양육비용을 벌기 위해 성매매까지 하게 됐다. 홀로 어린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고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만큼 단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를 선택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군이 숨진 2022년 5월21일에도 양육비용을 벌기 위해 A군을 홀로 두고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이 숨진 당일 B씨는 평소 아이를 자주 돌봐주던 지인 C씨에게 “A군을 잠시 돌봐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오후 1시쯤 남기고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당시 C씨는 병원 진료를 받고 있었고 같은 날 오후 3시21분쯤 B씨의 집에서 숨진 A군을 발견했다. 결국 B씨는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및 40시간의 성매매 방지강의 수강 등을 명령했다.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최고 16년에 달했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B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B씨와 A군에게 일어난 비극에 우리 사회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A군의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판시했다. 아이를 홀로 돌볼 여력이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활고 문제 등을 국가가 해결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고인에 대해 실제로 이루어진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내지 자활의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A군의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의 검시조사 등에 의하면 몸에 어떠한 외상이나 기타학대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출생 당시 1.87㎏의 미숙아로 태어난 A군은 숨진 당시 보통의 발육도를 보이는 등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며 “단지 범행의 결과를 놓고서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명원 기자 03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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