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권리'와 '우선인수권'…가처분 결과에 영향 미칠까

김근우 2023. 2. 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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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관련 배타적 권리와 우선인수권 부여돼 논란
'전략적 제휴' 넘어서는 내용으로 비칠 여지 有
상법·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있다는 지적도
하이브, 반발 후 즉각 중지하라는 서한 보내
에스엠,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 다 차"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가 카카오(035720)와 체결한 사업계약협력서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계약서가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브(352820)는 즉각 반발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에스엠 역시 ‘악의적 곡해’라며 반박에 나섰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전경[에스엠 제공]
계약서에는 국내외 음원·음반 유통에 대한 배타적 권리 뿐 아니라 새로 발행되는 주식과 전환사채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담겼다. 시각에 따라 에스엠 경영진이 강조해 온 ‘전략적 제휴’를 넘어서는 내용으로 비칠 수 있어 현재 심리 중인 가처분 신청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양사가 합의한 계약에는 국내 음반과 음원의 유통업무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카카오엔터가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음반과 음원의 유통, 국내 공연과 팬미팅 티켓 유통까지 모두 카카오엔터를 통해 하도록 명시됐다.

기한도 기재돼 있지 않아 자칫 영구적인 권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에스엠은 입장문을 통해 “항목별 세부내용이 없는 것을 두고 무기한 권리를 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세부내용은 향후 구체적으로 개별계약을 진행할 때 별도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이나 전환사채 추가 발행 시 이에 대한 우선인수권을 카카오가 가진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 지난 7일 공시된 지분 9.05%(CB 포함) 외에 카카오가 더 많은 지분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주주 평등의 권리’를 규정한 상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법 위반 소지가 거론되는 것은 전체 주주가 아닌 일부 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이 될 수 있어서다. 하이브 측은 “이 조항대로라면 카카오는 SM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우선권을 활용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며 “일반 주주에게 불평등한 시나리오를 막을 수 없게 되고, 카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 지속적으로 지분 가치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에스엠은 이에 대해 “회사의 신규 제3자 배정 방식 투자 유치는 계획된 바가 전혀 없다”며 “특히 SM은 현재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가 거의 다 찼기 때문에(잔여한도 약 2만주, 0.08%), 정관 변경 없이는 추가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카카오 측도 “제3자배정 시 특히 2대 주주 등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의 지분희석을 방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조항”이라며 “SM이 투자자의 의사에 반해 경쟁자 등으로부터 제3자배정을 받음으로 인해 사업 협력 파트너십이 약화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략적 제휴’를 이유로 에스엠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증자를 진행한 사실을 두고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측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음원과 음반 등에 대한 이 같은 권리가 ‘전략적 제휴’ 이상으로 비친다면 카카오에 유리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신주 및 전환사채에 대한 우선인수권 역시 자칫 지분 추가 확보를 염두에 둔 계약 내용으로 비친다면 당장 경영권 인수 의도가 없다는 카카오 측 논리가 다소 빈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이 전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관련 심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에스엠이 연일 이어가는 ‘자사주 매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에스엠은 전날 3만1194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전일 종가 기준 약 39억원 어치다. 이를 포함해 지난 1월 30일부터 에스엠이 네 차례에 걸쳐 매입한 자사주는 총 8만 1194주로 약 91억원 수준의 금액이다.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전날 에스엠 주가는 4.29%(5200원) 오른 12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자칫 주가를 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즉각 반발해 에스엠의 자기 주식 취득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이사회에 즉각 중지를 요청했다. 하이브는 서한을 통해 에스엠의 추가적 자기 주식 시세조종 행위 및 형사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에스엠은 전날 공개된 계약서와 관련된 하이브의 공세에는 반박에 나서는 한편, 현재까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주주 환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방어 논리가 예상되지만, 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피할 수 없을 것을 보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에스엠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자사주 매입은 1년 간 살 수 있는 것이라 그 안에만 이뤄진다면 기본적으로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충분히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법무 검토를 모두 거쳤을 것으로 예상돼 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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