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입으론 모자란 칭찬, ‘스즈메의 문단속’[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2. 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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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에는, 모든 시간이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과 그 장점을 집대성 한,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아름다운 청년에게 첫 눈에 반한, 소녀 스즈메의 모험이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언제 우리를 덮칠지 모를 수많은 재난의 모습이 추하고 공포스러울 지라도, 저마다의 가슴 속 아픈 트라우마가 나의 미래를 붙잡고 있을지라도, 올바름의 저 너머에서 이를 외면하지 말라고 내민, 감독의 따뜻한 손길이자 진심과 위로가 담긴 외침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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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입단속은 못하겠네요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사진I(주)미디어캐슬
문 너머에는, 모든 시간이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이야기다. 빛의 마술사다운 황홀한 미장센, 눈호강 작화와 섬세한 연출, 뇌리에 남는 몽환적 OST, 꿈같은 판타지 안에 녹여낸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과 그 장점을 집대성 한,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규수의 한적한 마을. 평범한 소녀 ‘스즈메’는 등교하던 중 폐허의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와 마주친다. 운명적 끌림을 느낀 스즈메는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로 갔다가 낡은 문 하나를 발견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문을 열자 갑작스레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가까스로 문을 닫는다.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타이진’이 나타나 ‘소타’에게 저주를 걸어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선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을 나선다. 그러다 어릴 적 고향에서 있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사진I(주)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의 쾌감을 총동원한 작품은 그 아름다운 작화만으로도 관람 가치가 충분하다.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설명대로,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에 이르기까지, 스즈메의 눈으로 일본 곳곳의 풍경을 보여주고, 그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로드무비로서의 장점도 뽐낸다. 그리고 이 모험의 끝에서, 스즈메는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트라우마와 대면해 멋지게 이겨낸다.

‘장소를 애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이 아닌 장소를 위해 슬퍼하고 위로하며 추념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거하지도, 고치지도 않고, 버려진 장소. 혹은 지진 등 재난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우리의 소중한 곳들도 포함된다.

이는 고인을 보낼 때 지내는 장례식처럼, 삶의 어느 순간, 어떤 기억, 기쁨과 슬픔 등 무수한 감정들을 품고 있는 ‘장소’에 대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도이자,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채, 이 나라가 쇠퇴해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일본의 많은 세대들이 품고 있는 허무함과 폐쇄감, 두려움을 향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마주해야 하는 것들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매듭지음으로써, 온 정성을 다해 추모함으로써, 새로운 한 발을 내딛고자 함이다.

해방과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녀를 통해, 그 모험에서 그려지는 수많은 장소들을, 그 안에 담긴 역사를 기리고 어루만지며, 절망이 아닌 진정한 희망을 이야기 하는 셈이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사진I(주)미디어캐슬
아름다운 청년에게 첫 눈에 반한, 소녀 스즈메의 모험이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언제 우리를 덮칠지 모를 수많은 재난의 모습이 추하고 공포스러울 지라도, 저마다의 가슴 속 아픈 트라우마가 나의 미래를 붙잡고 있을지라도, 올바름의 저 너머에서 이를 외면하지 말라고 내민, 감독의 따뜻한 손길이자 진심과 위로가 담긴 외침의 영화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너의 이름은.’과는 다른 결의, 크기의, 깊이와 감성이 담겼다. 멜로적 외피보단 그 속에 담긴 알맹이가 더 빛나고 뭉클하다. 시간은 베게, 바람은 보드라운 살결, 별은 고향, 사람은 아지랑이. 그 아름다운 어울림과 황홀한 애도의 순간을 몇번이고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 오는 3월 8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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