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영하지 못하는 부동산원 집값통계,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통계가 시장의 집값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택가격통계는 주택 매매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승인하거나 주택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박사는 한국주택학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24일 공동 주최한 ‘주택통계는 왜 집값 변동과 주거비 부담 수준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가’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 박사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3개 기관의 주택가격동향조사의 지수산정방식과 장단점을 비교했다. 세 통계 모두 조사원(중개사)가 평가, 입력한 가격을 자체 기준에 따라 지수화한 ‘조사 가격 기반 조사’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실거래가지수처럼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조사에 비해서는 급매물이나 이상거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국 187개 시군구에 있는 아파트·단독·연립 등 표본 주택의 실거래가를 전문조사원이 조사하고 ‘제본스 방식’으로 지수화한뒤, 이를 주간·월간 단위로 발표하고 있다. 표본이 어느 단지, 몇동 몇호인지는 모두 비공개다.
문제는 조사 기간 내 표본 주택의 실거래 정보가 없는 경우다. 조사원이 인근 주택의 호가와 실거래가를 참고해 ‘거래 가능 가격’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된다. 같은 기관에서 수행하는 조사인데, 주간과 월간 통계 표본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달리 민간 통계인 KB은행과 부동산114 주택가격동향지수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해당 단지 대표 평형에 대한 호가 정보를 전부 수집한 뒤, 각각 ‘칼리 방식’과 ‘듀토 방식’으로 지수화한다.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이 더 많기 때문에 한국부동산원 조사보다 시세 반영률이 높다. 이때문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심사나 건설사의 분양가 산정에서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호가에 기반한 조사이기 때문에 부동산 하락기의 가격 변동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상승기엔 집주인들이 호가를 빠르게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호가를 천천히 내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통계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3년 국가승인통계 작성기관을 KB국민은행에서 한국부동산원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반영률은 민간통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박사가 2021년 12월 기준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실거래가 지수 수준을 1.00으로 가정하고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R114의 주택가격지수를 비교한 결과 R114 지수가 1.17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원과 KB지수는 각각 0.79배, 0.85배를 기록했다.
황 박사는 “조사가격 기반지수는 조사원의 평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거래가보다 1~2개월 이상 시차가 생기는 ‘평활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 반영률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평활화 효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황 박사는 “평활화 효과가 크면 실거래 체감률이 낮아 투자자나 정책결정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할수 있다”면서도 “한국부동산원은 국가승인통계인만큼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에 대한 체감률을 높이는 수준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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