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라도서 뿔쇠오리 사체 발견…길고양이 반출 결정

도 세계유산본부, 오는 27일부터 반출 시작

제주 마라도로 날아왔다가 길고양이의 사냥으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다. 급기야 제주도는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고양이 반출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오는 27일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에서 길고양이 반출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모니터링한 결과 마라도 내에 고양이 개체 수는 60~70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우선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고양이와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를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야간 예찰과 함께 집중 감시를 통해 뿔쇠오리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반출된 고양이는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이 진행된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는 도 세계유산본부에서 보호 관리할 계획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치료하기로 했다.

이번 반출 결정은 지난 17일 문화재청과 전문가와 함께 마라도를 찾아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에 이뤄진 후속 조치다. 마라도 주민 대부분이 고양이를 즉시 반출하는 데 대해 동의했다.

고영만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고양이 반출은 멸종위기 종인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함께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는 뿔쇠오리, 슴새 등 주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다.

특히 뿔쇠오리는 한국, 일본, 태평양 동북부에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5천~6천 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절종 위기에 처한 희귀한 철새다. 번식 기간은 2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다.

번식기인 매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돼 왔다.

특히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현장 조사 결과 이날 오전 번식지인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은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다.

센터 관계자는 "길고양이는 조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뿔쇠오리가 주로 몰려들고 고양이가 접근하기 쉬운 곳"이라고 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