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순이익 쪼그라드는데 주주압박에 자사주 소각 2조

강민우 기자(binu@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2.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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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주주환원 요구 속수무책
행동주의펀드 표적된 기업들
주주 달래기용 배당 늘려
"성장동력 훼손" 우려 커져

◆ 행동주의펀드 공습 ◆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해 주주들의 배당 확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상장사들은 자사주 소각 규모와 배당 지급액을 크게 늘리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요구로 상장사들이 투자보다는 배당에 더 주력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들이 공시를 통해 밝힌 자사주 소각 규모는 1조4874억원에 달한다.

5년간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삼성물산까지 더하면 올해 들어 50일이 조금 넘는 기간에 2조원을 육박하는 자사주 소각 발표가 이뤄진 셈이다.

기아 역시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의 자사주 절반을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말 그대로 주식을 '소각'하는 만큼 발행 주식이 감소한다. 그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조1608억원이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5408억원, 2022년 3조1356억원으로 늘었다.

배당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순이익 잠정치와 현금배당액을 발표한 245개 기업의 재무 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의 배당 성향은 23.4%로, 전년(20.8%)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회계상 순이익이 22조원가량 추가로 발생해 통계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집계에서 제외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이 늘어 당기순익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97조8957억원으로 전년(108조8603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감소했지만, 현금 배당액은 같은 기간 22조6415억원에서 22조9730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주주환원 증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점수가 하위권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결과 지난해 '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48%로, 주요국 24개 중 20위를 차지했다. 인도(1.36%), 필리핀(1.95%), 중국(2.44%)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김준석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을 봐도 한국은 45개국 중 27~45위로 주주환원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특히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40위 이하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순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배당을 늘리는 것은 향후 기업의 투자 재원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주 투자에서 과도하게 높은 배당성향을 지닌 기업들은 피해야 하듯 배당을 늘릴 상황이 아닌데도 일시적으로 주주들을 잡아두기 위한 배당 증액은 기업의 장기 주가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회계학과 교수는 주주환원 정책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거나 기업 내부에서도 향후 주가흐름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우 기자 / 강인선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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