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지연’에 개포동 6000가구 뿔났다… 혼란 더해지는 강남 전세시장

조은임 기자 2023. 2.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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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입주지연 가능성
개포·대치서 대기수요 많아
최근 강남구 전셋값 가파르게 하락
연쇄적 영향 미칠까 예의주시

“입주가 미뤄진다는 얘기가 나와 지금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걱정이네요.” 오는 11월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옛 개포주공1단지)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A씨는 최근 입주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반전세 계약을 11월 만기로 해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다. 조합측에서는 입주지연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조합원에게 공개되는 공정률은 떨어지고 있어 소문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6000가구 넘어서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인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예비입주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공정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조합원 입주시기가 두 달 가량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는 올해 강남권 입주 예정 가구(1만2000가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물량을 갖고 있다. 실제 입주가 지연될 경우, 예비입주자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발생하면서 연쇄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의 모습./조선DB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공정 달성률이 8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단지의 73%가 지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실행된 공정률은 64%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00% 가깝게 공정을 맞춰가다 연말을 기점으로 공사 속도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 여파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는 정부의 안전운임제에 반발해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시멘트, 철근 운송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국의 다수 사업장의 공정이 늦춰졌는데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도 해당됐다는 것이다. 시공사 측은 최근 공기 연장에 대해서 조합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인건비, 자재비와 더불어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까지 겹친 상황”이라면서 “정해진 입주시기인 11월까지 최대한 공사를 끝내기 위해 노력해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입주 지연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현재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합측은 “입주 지연은 확정적인 사안이 아니며, 11월 입주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 예비입주자 A씨는 “입주일을 맞추기 위해 전세계약을 1년으로만 맺었다”면서 “추가로 두 달을 더 살게 되면 집주인과 또 논의를 해야 해 골치가 아프게 됐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입주 시기가 늦어질 경우, 전세시장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는 개포 대장주로 통하는 곳으로, 학군지인 개포·대치 일대에서도 대기수요가 많은 곳이다. 앞서 지난해 반포 원베일리는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2990가구 입주가 오는 8월에서 11월로 미뤄진 바 있다. 여기에 6000가구가 넘는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까지 입주가 늦어진다면 강남구 내 임대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입주장을 노리고 주변 신축단지에 세를 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단지규모가 워낙 커 일대 전세가격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최근 강남구 일대 전세 시장은 공급이 집중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당장 내달 3375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강남구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1.24% 하락했다.

실제 개포동 일대 전세가격은 전용 59㎡ 기준 6억원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작년 말에는 13억원까지 올랐었지만 최근 호가는 5억5000만원~6억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현재 전세 매물은 480건 가량 나와있는 상황이다. 개포동의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달 8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작년 6월 1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가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는 강남권 입주만 1만2000가구에 달해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세 달 정도면 시장을 흔들 정도로 큰 여파를 미치지는 않겠지만 워낙 가구수가 많은 대단지라는 점에서 유의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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