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52시간 규제’ 무력화…노동계 “시대 역행”

김지환 기자 2023. 2. 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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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 관리단위,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예외 방안도 발표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주 52시간(법정 노동시간 40시간 + 노사 합의 시 연장근로 12시간)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개편안에는 주 노동시간 상한을 69시간으로 하되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은 보장하는 방안에 더해 11시간 연속휴식을 지키지 않을 경우엔 주 64시간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11시간 연속휴식에 예외를 둔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과로사 조장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노동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1주간 노동시간 한도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노사 합의 시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 예외적으로 1주간 52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노동부는 노사 합의 시 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총량관리안. 고용노동부 제공

예를 들어 연장근로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면 한 달치 연장근로시간인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중 특정기간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 52시간 상한을 넘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다만 노동자가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다.

노동부 개편안에 따라 노동시간을 계산해보면 이렇다.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근기법은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때문에 13시간에서 1.5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11.5시간이다. 노동부는 주휴일 하루는 쉬는 것으로 가정해 1주 최대 노동시간을 69시간(11.5시간×6일)으로 잡고 있다.

이 부분까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권고한 내용과 같다. 이번 개편안에는 두 가지가 새롭게 추가됐다.

하나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분기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4주간 1주 평균 노동시간이 64시간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두는 방안이다. 뇌심혈관계질환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면 산재로 인정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보장의 예외를 두는 것이다. 이지영 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장은 “프리젠테이션 준비, 신상품 출시 등의 경우 현장에서 11시간 연속휴식을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11시간 연속휴식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선택지는 11시간 연속휴식을 지키지 않을 수 있도록 하되 1주 최대 64시간의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노동부는 추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조만간 근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어 입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11시간 연속휴식을 선택사항으로 둔 것은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유일한 조치마저 포기한 것”이라며 “정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노동시간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안의 핵심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는 만연한 불법 연장근로를 합법화해주는 것이자, 주 40시간 노동제라는 근기법 원칙조차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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