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망가진 소액주주의 반란…‘코스닥 사냥’에 주객전도

지영의 2023. 2.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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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링크에 거액 베팅한 적자기업들
소액주주 경영권 분쟁에 중도 개입
신뢰 상실한 소액주주들 불안감 고조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최근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기업 일각에서는 경영쇄신을 요구하던 소액주주연대의 주도권이 중도 개입한 코스닥 기업들에게 넘어가는 ‘기묘한 주객전도’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주도권을 내어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돌발 개입한 기업들이 ‘코스닥 사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디엔에이링크(127120)는 내달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시 주총의 주요 안건은 경영진 교체로, 기존 회사 경영진과 소액주주연대가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양측은 모두 개인 소액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총 표결을 앞둔 주주들 사이에서는 일대 혼란이 이는 모양새다. 경영진을 비판해온 기존 소액주주들 틈에 최근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외부 법인들이 개입해 주주연대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나, 갑작스레 개입한 외부 법인들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은 상태다.

적자기업들의 기묘한 동행…경영권 분쟁 기업에 적대적 M&A 기미

디엔에이링크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현재 주주연대 측 주도권은 천무진씨와 일부 법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의 경영권 참여 목적 대량보유 공시에 오른 외부 법인은 총 7개사로, 전체 대량 보유 공시 지분율(22.12%) 중 법인들이 보유한 지분만 9.72% 수준이다.

해당 법인들 중 지분들 많이 보유한 두 회사에서는 특이점이 엿보인다. 코스닥상장사인 자동차부품업체 우수AMS(066590)와 그 자회사(총 3.73%), 광통신 부품 제조업체 라이트론(069540)(3.49%)의 경우다. 라이트론 측은 순수 투자 목적으로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매입했다가 소액주주연대에 동참하게 됐고, 다른 법인들에 대해 알지 못해 일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집중 매입한 라이트론과 우수AMS 사이에는 상당한 연대관계가 있었다. 경영 관련 주요 직위에 인적 교류가 잦았다. 라이트론의 박찬희 대표이사는 지난해 5월까지 약 3년간 우수AMS의 관계사인 우수정기의 등기이사를 맡았다. 또 라이트론의 경영고문 부회장은 우수AMS의 경영고문 부회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경영진 구성상 교류가 높은 두 기업이 함께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두 회사 모두 재정적 안정성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상태임에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바이오기업 지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우수AMS는 연결 기준 지난 2020년부터 적자 기조가 계속 이어졌고, 지난해 3분기에도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금흐름도 대체로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됐다. 자회사인 우수AMI의 경우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본금이 마이너스 7억4578만원 수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시기에 손실만 20억대에 달해 지속적으로 적자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우수정기의 경우 부채비율이 4200%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우수AMS 및 관계사는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3% 매입하는 데에 1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동원했다. 세부적으로는 우수AMS가 디엔에이링크 지분의 0.61%를, 우수AMI가 2.56%, 우수정기가 0.56%를 매입했다.

디엔에이링크 지분 매입에 30억원의 자금을 쓴 라이트론의 경우에도 재정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2021년까지 연이어 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들어서야 적자에서 일부 벗어났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억원, 당기순손실 8억6000만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라이트론의 조정영업현금흐름(OCF)이 2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 재정 여유가 상당히 한정적인 상황에서 거액을 베팅한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도권 약해진 개인 주주들 불안감 고조...“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

대결 구도가 기묘해진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는 소액주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기존 디엔에이링크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지만, 경영권 분쟁에 합류한 코스닥 기업들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 상태여서다.

한 디엔에이링크 소액주주는 “오래 손실을 보게 했던 기존 회사 경영진은 이제서야 찾아와 입장이 적힌 종이 몇장 나눠주며 소통을 시도하고 있고, 최근에 갑자기 개입해서 경영진 교체를 돕겠다는 기업들은 믿어도 될 지 모르겠다. 회사가 어떻게 될 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디엔에이링크 소액주주는 “소액주주연대를 처음 모았던 세력은 와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전략적투자자(SI)역할을 하면서 자기네 전문 경영진을 선임해서 운영해보겠다고 나타난 기업 등이 주도하게 됐다”며 “소액주주가 모여서 회사를 경영할 수는 없으니 (라이트론과 우수AMS 등의 경우) 우리 이익에 맞게 회사를 운영해보겠다고 하기에 일단 협조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마지막까지 저들을 지지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상한 사기꾼 같은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지지할 수 없지 않느냐”며 “주주총회까지 소액주주들에게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타당하고 합리적인가를 볼 것이고, 지지 여부는 주주총회 당일에 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영권 분쟁 참여를 두고 디엔에이링크 측과 최근 지분을 매입한 법인들의 대립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분 매입 의도를 놓고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라이트론 관계자는 “최근에 우리가 디엔에이링크에 대해 적대적 M&A를 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단순 투자 목적이기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이렇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싫다”며 “시장에서 우리를 두고 SI니 재무적투자자(FI)니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것에 전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소액주주들과 대량 보유 명단에 함께 오른 이유는 의결권 공동 행사 한다는 사유 뿐”이라며 “우리가 소액주주쪽 의견을 다 들어줄 이유도 없다. 디엔에이링크 지분은 투자했다 손실 났으니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내일이라도 회사 경영 판단에 따라서 처분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매입한 다른 법인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박찬희 대표가 우수정기 등기이사에 오른 것의 경우 개인적 투자가 있어서 올라갔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투자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우수AMS 경영진은 입장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디엔에이링크 관계자는 “주주연대에 최근에 합류한 기업들은 투자목적으로 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의 주식을 주주총회 기준일 직전에 매우 높은 가격에 사서 의결권을 획득했는데 투자 목적이라고 볼 수가 있냐”며 “투자 목적이었으면 합리적인 가격대에 순차적으로 매입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경영권 획득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 주주로 합류한 이들이 대부분 바이오 기업을 제대로 경영해본 적도 없는 인사들을 경영진으로 추천해 회사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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