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후 소각해야 주주가치 제대로 높아져

박수현 기자 2023. 2.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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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이경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기업법제팀장,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송민경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제공=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는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입한 주식 대부분을 소각하지 않고 주요 임원이 오히려 자사주를 매도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에 자사주 매입 시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세미나'에서 "자사주 취득은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주당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당을 대체하는 주주환원 수단으로 알려졌다"면서도 "국내 관행과 규제 특성상 자사주 취득의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자사주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사측이 취득하는 법률적 상태다. 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스스로 주주가 되고 자사주 취득과 처분에 따른 손익은 회사에 귀속된다. 이는 주주 이익 제고, 자금조달 등 재무전략, 기업구조조정 수단 등으로 활용된다.

국내 상장사는 취득 자사주의 상당 부분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하거나 보유한다. 자본연이 2015년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공시 2328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직접취득 공시 수량이 8억1000만주인 반면 처분 자사주는 9억600주로 다시 시장에 나오는 주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강 연구원이 해당 기간 자사주 직접취득 공시 564건을 분석한 결과 공시 이후 1년 간 주가 수익률은 42.5%,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은 19.66%로 나타났다. 간접취득(신탁계약) 역시 비슷한 결과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평균의 함정이 있다. 564건의 공시 중 1년간 수익률이 지수 대비 하회한 건 285건, 상회한 건 279건으로 하회한 경우가 더 많았다.

지수 대비 수익률이 하회한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43.9%포인트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거둔 경우 평균 수익률이 142%포인트 더 높다 보니 전체 평균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가 떨어진 배경에는 회사 임원 등 내부자의 지분 매도가 있었다. 자사주 직접취득 공시 후 평균 수익률이 지수 대비 하회한 경우에는 내부자 지분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 연구위원은 "기업은 자사주 매입의 목적으로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했으나 모든 경우에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며 "자기주식 취득 공시에도 불구하고 내부자는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사례도 상당수 관측됐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마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자본연 연구에 따르면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가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고 배정된 지분만큼 지배주주의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마법이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사와 결합돼 활용된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이후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현저히 증가하지만 외부 주주의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현저히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주 마법이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킨다는 논란에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자사주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 때문"이라며 "자사주의 본질을 고려할 때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이나 소각된 것으로 간주해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취득한 자사주를 시가총액에 포함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도입하기보다는 미국의 사례와 같이 사측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가총액에서 제외하고 처분 시 신주발행에 준하는 절차적 통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 효율의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법제화하면 다른 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자사주 마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법,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법안을 손봐야 하는데 행정 비용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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