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 “코드인사”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에 들끓는 경찰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57·사법연수원 27기)가 임명되자 경찰 내부는 “굴욕적 인사”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장 국수본 설립 취지에 역행하는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산물인 국수본은 경찰 수사 독립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24일 “경찰국 신설에 국수본까지 검찰이 장악했다”며 “1991년 경찰청이 독립하면서 시민 경찰로 가려고 했던 그 지난한 과정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정 변호사를 직접 단수 추천한 것도 입길에 올랐다. 경찰청 소속 한 간부는 “어쨌든 형식적으로는 경찰청에서 국수본부장을 추천하는 건데, 경찰청장이 이 정도로 정권 코드를 맞춰 인사를 하는 건 처음 봤다”며 “총경 보직 인사, 건설 노조 특진, 경무관 고위직 승진 인사에 국수본부장까지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지난 2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반대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인사를 대거 경정급 직무에 배치했다. 총경회의 참석자인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 등이 경정급 직무로 발령났다. 이은애 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두 단계 아래인 경감급 보직에 배치됐다. 이를 두고 경찰 노동조합 격인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는 “총경회의에 참여했던 총경들을 대상으로 복수직급제라는 제도를 이용한 보복성 인사를 자행한 것”이라고 했다.
정 신임 국수본부장 임명으로 현 정부의 경찰 장악이 마무리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청 소속 간부는 “총경 인사에서 볼 수 있듯이 경찰은 위계에 약한 조직”이라며 “당장은 잡음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다 복종할 것”이라고 했다. “복종 안 할 만한 불량감자들은 다 쫓아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 이제 이런 글 쓰는 것도 무섭다”는 글에는 “경찰국이 설치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검사공화국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잡혀갈 수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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