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간방패’ 용병들에게 경고한 “go to zero” 의미는…

문지연 기자 2023. 2. 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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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장에 죄수 용병을 투입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Wagner) 그룹 로고가 벽화에 그려져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Wagner) 소속 용병들이 전장 투입 순간부터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 갇히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이른바 ‘인간방패’가 돼야 했던 상황과 참전 직후 자대 지휘관들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받았다는 폭로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붙잡힌 와그너 용병 미하일(35)과 일리야(30)의 인터뷰를 23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쯤 전과자 용병을 모집하던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설득으로 참전을 결심하게 됐다. 주취 폭행치사 혐의의 미하일은 2년간,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혐의의 일리야는 6년간 복역 중이었다.

미하일은 당시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누구든 전투에 참여하는 자는 형을 깨끗하게 씻어주겠다고 했다”고 말한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일리야 역시 와그너로부터 사면과 월급 1300달러(약 169만원)를 약속받았다. 적군 위치를 알아내거나 차량을 폭발하면 최대 1200달러(약 156만원)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조건도 있었다.

복역수들이 혹할 만한 제안이었지만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도 덧붙었다. 전선에서 도망치는 사람은 즉시 ‘고 투 제로’(go to zero)라는 말로, 탈영병은 즉결 처형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위협은 전장에 투입된 이후 더 잔인해졌다. 일부 지휘관들이 앞서 나온 탈영병을 목매달거나 폭행하고 손을 부러뜨려 숨지게 하는 영상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일리야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은 내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 연합뉴스

와그너가 죄수 용병을 모집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와 비슷한 증언은 이어져 왔다. 와그너 소속 지휘관이었다가 복무 연장을 거부하고 노르웨이 망명을 신청한 한 남성도 언론을 통해 “부상 치료 후 탈영을 시도한 죄수 용병 3명이 10명의 신병 앞에서 총살됐다”며 “반역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은 최근 러시아군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미하일은 “제로잉(zeroing)은 취소됐다. 싸울 사람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와그너는 술이나 마약을 하다가 적발된 용병들과 계약을 연장했고 탈영병에 대한 처분을 유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을 고통 속에 살게 한 건 와그너의 위협뿐만이 아니었다. 감옥을 벗어난 용병들은 짧은 군사훈련만을 거친 후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일리야는 적의 위치를 추적하는 임무를 받았으나, 부대가 가진 장비는 드론 한 대뿐이었다. 그는 맨몸으로 적진에 침투할 수밖에 없었고 ‘인간방패’ ‘총알받이’ 취급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결국 일리야는 허벅지 부상을 입고, 미하일은 폭발로 의식을 잃으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일리야는 “월급으로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그 누구에게도 용병 지원을 추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이달 초 텔레그램 글을 통해 “와그너에 의한 죄수 모집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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