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뇌과학] 아는 음식 맛 참기 어려운 과학적 이유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2023. 2. 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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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 사이즈 미 스틸컷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신체 건강상태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대중매체에서도 이를 확인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2004년 발표된 영화 ‘슈퍼사이즈미(Super Size Me)’에서 감독이자 주인공인 모건 스퍼록(Morgan Spurlock)은 본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수행하고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남기기로 한다. 

그는 과거 유명 패스트푸드 사인 맥도널드 제품을 꾸준히 먹은 여성들이 자신의 비만이 맥도널드에서 판매한 음식 때문이라며 법정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신이 스스로 정말 맥도널드 판매 음식을 먹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실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소위 ‘맥다이어트(McDiet)’라 불리는 이 실험은 당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의 일부가 정말로 하루 세끼를 맥도널드 사 음식으로만 때운다는 결과를 반영해 30일 동안 맥도널드의 메뉴를 돌아가면서 모두 먹으며 하루 세 끼를 채우는 것으로 구성했다.

30일 동안의 맥다이어트 결과 모건 스퍼록은 체중이 11kg 증가하고 지방간 등 성인병 지표가 상승했으며 성기능 감퇴를 체감하게 됐다. 또 만성 두통 및 스트레스 증가, 우울증 등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변화들은 사람과 동물들에게서 모두 발견되는 전형적인 고칼로리 식단에 의해 유도되는 증상들이다. 

고칼로리 음식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두뇌를 비롯한 모든 신체 기관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면 신체 각 장기들이 혈관을 통해 과도한 영양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혈당 및 지방 저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준다. 그 결과 당뇨병, 만성염증, 대사증후군을 얻고 뇌의 경우는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또는 진행을 가속시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 왜, 그렇게 건강에도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를 자꾸 찾게 될까. 

음식과 뇌 연관성은 너무 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는 많은 양의 당분이 포함되어 있고, 당분이 많은 고칼로리 음식은 뇌의 보상중추 활성을 높인다고 한다. 뇌의 보상중추는 도파민 등 쾌락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곳이므로,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는 역설적으로 뇌의 보상중추 활성을 통해 다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에 끌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한 점이 있다. 맥도널드에서 하루 세 끼를 채우는 사람들은 왜 다른 패스트푸드 판매점을 찾지 않을까. 2023년 1월 기준으로 미국에는 약 20만개의 패스트푸드 판매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맥도널드 뿐만 아니라 버거킹, 서브웨이, 도미노피자, 타코벨 등 다양한 종류의 패스트푸드를 파는 음식점들이 총 매출의 상위권을 다투고 있지만, 개인의 취향 및 사정 등에 따라 각자 자신이 즐겨 찾는 브랜드가 있고 메뉴가 존재한다. 이것이 단순히 고칼로리 영양 성분에 의한 신체 반응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할까.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장-뇌축(gut-brain axis) 연결'이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장과 이를 소모하는 뇌는 혈액이나 신경계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장에서 흡수한 영양분에서 유래한 신호가 뇌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뇌에서 전달되는 신호가 위와 장의 운동을 조절하거나 영양분 흡수 및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장에서 뇌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전 중 하나로 장내 미생물에 의한 신호체계가 있는데, 이는 장기간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부산물들이 혈액을 통해 뇌에 전달되거나 위와 장 내막에 존재하는 세포들과 이와 연결되어 있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 뇌간(brain stem)을 거쳐 전뇌 및 후뇌의 여러 영역에 신호를 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신체 내 기전들이 특정 패스트푸드 메뉴나 음식점을 찾게 해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장-뇌축 연결의 정체를 찾는 연구들을 통해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듯 하다.

 
미국 예일대(Yale University) 라티그(Guillaume De Lartigue) 교수와 남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카노스키(Scott E Kanosky) 교수 연구팀은 2018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장내분비세포가 기억 형성을 조절하는 해마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경회로망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보고를 발표했다(doi.org/10.1038/s41467-018-04639-1). 기존에 알려진 위와 장의 점막세포가 미주신경계를 통해 뇌간(brain stem)을 거쳐 전뇌 및 후뇌의 여러 영역으로 연결되는 것 이외에도 장과 해마가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통로를 발견한 것이다.

사실 미주신경이 기억에 관련되어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기존에 보고된 바가 있다. 예를 들어 1998년 남일리노이대(Southern Illinois University) 젠슨(Robert A. Jensen) 교수 연구팀은 쥐의 미주신경 자극이 기억 향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doi.org/10.1006/nlme.1998.3863) 뒤이어 1999년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언어학습 효율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doi.org/10.1038/4600). 따라서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도 어떠한 통로를 통해 해마 내 신경세포에 직접 영향을 줌으로써 음식과 관련된 정보들의 저장에 관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라티그 및 카노스키 연구팀은 생쥐의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들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면 해마의존적 기억 수행정도가 현저히 낮아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이 해마를 통한 기억 형성과정에 필수적인 연결망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을 제거하면 해마 내 신경세포 생성 및 시냅스 연결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양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는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이 일정한 양의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발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정상적인 기억 형성이 미주신경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장내분비세포와 연결되어 있는 미주신경세포는 어떠한 통로를 통해 해마 내 신경세포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광견병 바이러스를 응용해 제작한 신경회로망 표지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했다. 광견병 바이러스 유래 신경회로망 표지 벡터는 신경세포들간 연접부위인 시냅스를 넘나들며 이웃한 신경세포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는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신경세포들을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특정 표지자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다. 

Gut에서 유래한 vagus nerve에 연결된 것으로 밝혀진 내측중격 (medial septum)

그 결과 장과 연결된 미주신경세포는 내측 중격(medial septum)이라 불리는 아세틸콜린 분비 신경세포들에 일차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내측 중격 내 신경세포들은 아세틸콜린을 분비하여 해마 내 신경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장-해마’ 축을 매개하고 있는 연결망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음식의 영양분 또는 이에 의한 장내 미생물 유래 물질들이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되거나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 분비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이 음식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 새롭게 밝혀진 ‘장-미주신경-내측 중격 연결’이 직접 해마의 활성을 조절하고 해마 내 기억 형성 과정에 관여할 수도 있다.

장과 연결된 해마 부위(등축 해마; dorsal hippocampus)에서 주로 처리되는 기억 정보들은 장소, 시간, 분위기, 물체나 사람,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의 연합된 정보인 ‘에피소드(episode)’ 등인데 위와 장으로부터 전달되는 기억 관련 정보들은 특정 종류의 음식을 섭취할 때 관련된 주변 정보들일 것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나를 만족시키는 음식을 먹게 된다면 그 음식을 먹던 장소와 시간, 분위기, 사람 등이 장-내측 중격-해마 연결망을 통해 쉽게 기억될 수 있으며, 음식에 대한 나쁜 경험은 또다른 패턴의 활성을 일으켜 역시 부정적 음식과 관련된 정보의 기억을 만드는 데 관여할 것이다. 

해마뿐만 아니라 뇌의 다른 부위들의 복합적인 작동도 고려해야겠지만, 우리는 음식과 관련된 기억의 일부는 장이 직접 해마를 자극해 생겨날 가능성을 이제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패스트푸드가 해롭지만 매력적인 이유는 고대 인류에서 비롯된 고열량의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타고난 본성 때문이고 이것이 뇌의 보상 중추 활성화를 통해 실제로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고열량 음식들과 이와 연관된 다양한 환경들 중 특정 음식 또는 환경을 선호하는 습성은 고열량 음식이 주는 쾌락의 힘을 얻어 ‘학습’된 것이다. 그래서 맥도널드 음식을 무려 세 끼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맥도널드 음식에 대한 선호도 뿐만 아니라 맥도널드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이를 먹으면서 얻었던 긍정적인 음식 외 정보들이 저장되고 떠올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신경회로망이 밝혀졌지만 남아 있는 의문도 남아 있다. 음식 자체에서 유래한 특정 신호가 이번에 밝혀진 신경회로망을 통해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섭취한 음식과 그에 따라 변화한 장내 미생물 및 부산물들의 변화가 혈액 등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 이외에도 장내분비세포 및 미주신경계를 통해 기억력과 관련되어 있는 해마와 같은 뇌부위에 직접 도달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비만과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식이요법이나 약물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도 장-해마 연결망의 조절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치료 기술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필자소개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에서 근무 중이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겸임교수다. 현재 생쥐 모델을 활용해 학습과 기억을 조절하는 세포간 상호작용의 분자 기전을 연구하고 있으며, 뇌 속 기억 형성 및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저술 작업도 같이하고 있다.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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