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지도부 물갈이 나선 中, 더 강력한 통화·금융정책 예고
중국이 다음달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 고위급 인선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지도부를 대거 교체하고 금융정책 총괄 기구를 복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3%에 그쳤던 중국은 올해 5~6%대의 성장률 회복을 위해 더욱 강력한 통화·금융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부총리로 거론되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인민은행 당위원회 서기를 겸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당서기는 공산당의 결정 내용을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역할로, 사실상 통화당국의 사령탑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인민은행장과 당서기를 분리해 운영해왔다. 부총리가 중앙은행 내 공식 직책을 맡는 것은 1990년대 이후 허 주임이 처음이다.
새 인민은행장 유력 후보로는 주허신 씨틱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주 회장은 상하이재경대 졸업 후 20여년간 국영은행인 교통은행, 중국은행에 몸담았다. 이후 2016년 쓰촨성 부성장, 2018년 인민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뒤 현재 중국 국영 금융기업인 씨틱그룹을 이끌고 있다. WSJ은 “주 회장은 해외 기업인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며 “미국 및 서방 국가 당국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및 글로벌 금융 모임에서 정책을 논의하기엔 국제적 위상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오는 26~28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2중전회)를 열고 국가 고위급 인선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양회에서 고위급 인선을 포함해 정부조직 개편 방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을 확정한다.
WSJ은 이같은 인선안에 대해 “허 주임이 인민은행 당서기를 맡는다는 것은 인민은행이 더 강력한 정치적 지원을 제공받으면서도 중앙은행의 권위는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임을 암시한다”며 “중국 국무원(내각)의 요구에 더 직접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기대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인민은행 지도부는 공산당의 입김에 따라 움직여왔고, 이같은 독립성 하락은 시장이 중국의 통화정책을 관측할 때 인민은행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 인민은행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공산당과의 호흡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3년간 강력한 봉쇄 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작년 목표치(5.5%)에 한참 미달하는 3.0%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5~6%대 성장세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말 류궈창 인민은행 부총재는 올해 통화정책에 대해 “통화정책의 규모는 2022년 이상이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기대치를 초과하지 않는 한 필요하다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새 인민은행 지도부는 격동의 시기에 중앙은행을 이끌어야 한다”며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폐지된 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돕고, 기록적인 부동산 침체를 처리해 금융 안정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은행 지도부 교체와 함께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 부활한다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 금융시스템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이 위원회는 2003년까지 인민은행을 비롯해 금융감독기관과 국영 금융기관의 정책 및 인사문제를 총괄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가 직접 위원장을 맡아 금융산업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위원회가 복원되면 모든 금융 규제가 위원회의 단일 권한으로 통합될 것”이라며 리커창에 이어 총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이창 현 인민은행장, 시진핑 주석의 비서실장이자 차기 부총리 후보인 딩쉐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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