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충전형 인간이냐, 방전형 인간이냐

관리자 2023. 2. 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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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백두산 등정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크게 고생했다.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새로 난 트레킹 코스로 도전했는데 등정을 마치고 내려올 때 현지인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서 조난당한 것이다.

마치 배터리가 백퍼센트 충전된 것처럼 보인다.

오피스 빌런이 끼치는 악영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해악은 주변 사람을 방전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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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기력 잃게 하는 방전형
비난·냉소로 주변 무기력화
‘오피스 빌런’은 인재 내몰아
칭찬에 후하고 미소 가득한
충전형 인간 있는 곳엔 활력
촉촉한 감성으로 상호 ‘완충’

몇년 전 백두산 등정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크게 고생했다.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새로 난 트레킹 코스로 도전했는데 등정을 마치고 내려올 때 현지인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서 조난당한 것이다.

동서남북 분간도 어렵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엄청난 공포심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였다. 할 수 없이 전화가 터지는 곳을 찾으려 내려온 길을 거꾸로 올라갔다. 마을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에서 반대로 올라가려니 힘이 곱절로 들었다. 마침내 휴대전화가 터지는 위치를 찾았는데 일행이 가진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고 겨우 한대만 통화가 가능했다. 긴급히 통화하는데 배터리 표시 눈금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모두 가슴을 졸였다.

나는 이 일을 겪고 난 후부터 배터리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수시로 휴대전화 상태를 확인해 바로바로 충전하고 늘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 전화 성능이 뛰어나면 뭐하나. 배터리가 다 되면 휴대전화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리 학력이 좋고 배경이 좋아도 배터리가 나가면 끝장이다. 인생에서 배터리는 무엇일까? 심신 건강이다. 육체가 지치면 기운이 빠지고 의욕을 잃는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심란해도 의욕을 잃는다. 이런 현상을 번아웃(Burnout)이라고 부른다. 번아웃되면 업무는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탈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늘 어깨를 활짝 펴고 웃는 얼굴로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마치 배터리가 백퍼센트 충전된 것처럼 보인다.

잘 살펴보면 활기찬 사람 주변에는 충전시켜주는 사람이 있고 풀 죽은 사람 주변에는 방전시키는 사람이 있다. 칭찬·격려·위로·미소는 충전이다. 질책·비난·무시·냉소는 방전이다. 충전형 인간이 많은 조직은 활력이 넘치고 방전형 인간이 많은 조직은 기력을 잃게 마련이다.

요즘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피스 빌런’이 화제다. 사무실(Office)과 악당(Villain)을 합친 말인데 그야말로 영화에서 선한 사람을 마구 괴롭히는 악당처럼 구는 사람을 말한다. 오피스 빌런이 끼치는 악영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해악은 주변 사람을 방전시킨다는 것이다. 직장 내에 오피스 빌런이 있으면 유능한 직원이 무기력해지고 인재도 이직한다. 직장인이 이직하는 이유를 조사했더니 연봉 불만보다 오피스 빌런 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

충전의 최고 상태는 완충이다. 완충은 배터리 에너지를 꽉 채운 상태다. 인간은 언제 완충될까? 심리학자들은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을 했을 때라고 말한다. 절정 체험은 기뻐서 눈물이 솟구칠 정도의 기분을 말한다. 미국의 한 회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이런 질문을 한다.

“최근 기쁨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습니까?” “최근 누구를 감동하게 한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를 감동시키려면 스스로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감성이 메마른 사람은 남을 감동시킬 수가 없어서다. 지식이 많고 머리가 좋다고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회사는 감성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상호간 충전하며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이런 채용기준을 활용하는 것이다.

세상은 똑똑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것 같지만 실상 남을 충전시키는 이들이 이끌어가는 게 아닐까. 내 주위를 살펴보면 틀림없이 충전형 인간이 있고 방전형 인간이 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나는 남들에게 충전형 인간일까, 방전형 인간일까.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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