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들 ‘이태원 면피’ 이쯤되면 참사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관계자 공소장에 적나라한 행태 담겨
이상민 장관이 경찰 측 의견 받아 ‘책임 덜기’ 발언한 정황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를 받는 경찰 정보라인과 경비라인 관계자들이 참사 수습 과정에서 경찰의 책임을 덜어내는 대응 논리를 만들기 위해 골몰한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들은 국회의원이 ‘일체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보보고서를 일부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향신문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23일 입수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의 추가 공소장에서 서울서부지검은 “경찰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여론 형성을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은 총 4건의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는 경찰의 책임을 면하려고 이들이 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실 관계자가 언론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 같은 것을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취지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기사를 두고 박 경무관과 친분이 있는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박 경무관에게 “공직과 장관실에 전달한 결과입니다. 불똥은 면하겠습니다 ㅎㅎㅎ”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박 경무관은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찜찜하네. 축제·행사의 안전유지 책임을 경찰에 맡기는 입법이 이뤄질까봐”라고 답했고, 해당 경비국 관계자는 다시 “넵 흐지부지 전략으로 시간끌기로 ㅎ”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10월30일 이상민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가 박 경무관에게 보낸 메시지 중 “공직과 장관실에 전달한 결과”라는 대목은 경찰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이 장관실에 의견을 전달했고, 이 장관이 이 의견을 받아 해당 발언을 했음을 시사한다. 박 경무관 등이 이 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으로 경찰 책임이 덜어질 수 있다고 안도했음도 보여준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경무관이 “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의 경비원화 방지’ ‘경찰 만능주의 극복’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노력했다”고 적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경무관은 지난해 10월31일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들에게 “경찰은 안전 확보의 1차 책임자가 아니다. 앞으로 경찰 경비원화를 막는 좋은 논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경비국 관계자들은 “부장님 맞는 말씀이십니다” “논리 개발에 주력하겠습니다. 당분간 집회는 잠잠해질 듯합니다 ㅎ” 등의 메시지로 응답했다.
박 경무관은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작성된 보고서는 1건만 있다’며 3건의 정보보고서를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0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로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을 구속 기소했다. 이어 보고서 3건 삭제 지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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