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만명이 짓는 삼성 평택공장도…노조 채용압박에 '백기'

23일 낮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찾은 사무동 인근에는 20여 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공사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수 만명이 일하는 직원 중 외국인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노조의 채용 강요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표면적으로 '반도체 공장임을 감안해 보안상 내국인을 채용한다', '한국인 손기술이 훨씬 낫다' 등을 이유를 댔다. 하지만 곧 "소속 노조원들만 쓰라는 일부 노동조합의 압박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정 노조의 채용 요구를 거절할 경우 태업으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 등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실상 채용 강요"라고 토로했다.
2015년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첫 삽을 뜰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일부 노조가 '비노조 중장비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탓에 삼성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노조의 채용 강요를 포함한 불법 행위에 입을 다물었다. 혹시 언론 보도로 인해 노조에게 더 많은 빌미를 주고 노조 압박이 커질 것을 걱정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려면 용수, 전기 등의 문제도 쉽지 않는데 노조 문제까지 겹쳐서 진짜 녹록지 않다"면서 "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가 쉽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건설 노조는 이같은 입장을 반박했다. 김준태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건설사와 2년 마다 단체 협약을 맺는다. 노조원 차별을 하지 말라는 선언적인 문구 등에 기초해 건설사에 채용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노조가 요구를 안하면 알아서 채용을 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채용 언급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 노조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는데도 현 정부는 모든 걸 인정하지 않고 악으로만 모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노조 간 이해관계도 달랐다. 다른 노조 소속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원 고용을 위한 단체 협약에 도장을 찍었는데도 특정 노조의 입김에 못이겨 계약서를 무시하고 특정 소속 노조원만 채용하고 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소속 노조원은 일 할 곳을 모두 빼앗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의하고 집회하는 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에만 인천과 경기 의정부, 울산 등에서 건설 현장을 돌며 조합원 채용 등을 강요한 노조 간부 5명이 구속됐다. 공사 현장에서 자기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며 레미콘 등 차량 운행을 막아 공사를 방해한 사례도 적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건설현장 폭력'을 '건폭'으로 줄여 지칭하고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기득권 강성 노조가 금품요구, 채용 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폭력과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건폭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국토교통부는 채용 강요에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각종 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 때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평택(경기)=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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