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신고 후 1년 지나 돌연 거래 취소… 수상한 집값의 정체

정순우 기자 2023. 2.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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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중개업소 짜고 집값 띄우기 의혹
서울 계약 취소 절반이 최고가 거래
정부, 대대적인 실태조사 나서

2021년 8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5㎡가 18억원에 거래됐다. 당시 서울 마포구의 같은 평형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수도권 집값이 모두 급등 중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이 거래가 취소됐다고 올라왔다. 통상 계약 후 잔금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신고로부터 1년 4개월여 지나 돌연 취소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계약 후 석 달 사이 동일한 가격에 두 건의 거래가 더 신고됐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16억원 이하에 거래됐고, 지금 시세는 13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최근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첫 18억원 매매는 시세를 띄우려는 목적의 허위 거래고, 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비싼 값에 산 것 같다” “결국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경기남부경찰청 헬기에서 본 경기도 신도시 모습. /뉴시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최고가에 거래됐다가, 1년 가까이 지난 후 취소 신고된 아파트 거래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매수자들이 ‘호가’ 대신 실거래가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가 짜고 ‘실거래가 띄우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부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장 교란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3월부터 이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수도권 곳곳서 의심 사례… 처벌도 강화해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해 보면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거래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 B아파트는 2021년 1월 1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가 13개월이 지난 작년 2월 취소된 것으로 신고됐다. 동작구 C아파트도 2021년 8월 최고가인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가 작년 11월 취소됐다. 이 거래는 당시 모두 해당 아파트의 역대 최고가였다. 최고가 거래를 통해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 후 그보다 조금 낮거나 같은 가격에 집을 처분하고 최고가 거래는 취소하는 게 실거래가 띄우기의 전형적인 행태다.

2018년에도 실거래가 허위 신고를 통한 시세 부풀리기가 한 차례 논란이 됐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20년 2월부터 실거래가 신고 기한을 계약 체결 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계약 해제도 신고를 의무화했다. 이듬해에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출범해 대대적인 전수 조사도 펼쳤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거래가 부풀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 취소 사유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만 입을 맞추면 ‘허위 거래’였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소된 거래 43%가 최고가

정부가 기획조사에 나서는 것은 실거래가 부풀리기를 통한 시세 조작이 시장에서 이미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2년 계약됐다가 취소된 서울 아파트 거래 2099건 중 918건(43.7%)은 계약 당시 역대 최고가 거래였다.

정부는 2021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장시간 경과 후 계약을 해제했거나 특정인이 신고 및 해제를 반복한 경우, 그리고 투기 지역의 고가 거래 해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지급 및 해제 시 배상 여부를 점검하고 거래 과정에서 명의 신탁, 탈세 같은 위법이 있었는지도 조사한다. 조사는 다음 달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이뤄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거래가 허위 신고를 통한 시세 조작은 무주택자 피해를 양산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실태 조사도 필요하지만 현재 ‘과태료 최고 3000만원’인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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