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K-드라마를 보고 'n차원 별자리 정리' 푼 일본 수학자

전하연 작가 2023. 2. 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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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천재 수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눈의 여왕을 기억하십니까. 


2006년에 방영된 뒤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는데요. 


이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된 수학 정리를 15년 동안 연구해 발전시킨 일본인 수학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수학동아의 조가현 편집장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눈의 여왕이 수학 천재 얘기였죠. 


일본인 수학자가 어떻게 이 드라마를 보게 됐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던 세키 신이치로 교수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드라마 '눈의 여왕'을 보게 됩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 우리나라 드라마 '겨울연가'의 열렬한 팬인 어머니는 같은 작가가 쓴 '눈의 여왕'또한 시청했는데요. 


주인공이 수학 천재 권투 선수로 나오자 수학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같이 보자고 추천한 겁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어머니의 권유로 본 드라마에서 인생 문제를 만나게 된 거군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현빈 역할의 한태웅이 한 교수로부터 받은 쪽지에 적힌 문제인데요. 


한때 수학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수학을 잘 했던 한태웅은 수학 문제를 보자 풀고 싶어졌고, 밤새 복싱장에서 권투 글러브를 자연수 삼아 수열처럼 나열해보다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풀이를 복싱장 바닥에 빼곡하게 적어 해결합니다.


세키 교수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굉장히 두근거렸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수학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도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문제였나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세키 교수를 매료시킨 문제는 소수로만 이뤄진 수열 안에는 원하는 길이의 등차수열이 항상 존재한다는 '그린-타오 정리'입니다. 


여기서 등차수열이란 앞의 수에 항상 일정한 수를 더해 만든 수의 나열이고, 길이란 수의 개수인데요.


예를 들어 길이가 3인 소수의 등차수열은 3, 5, 7이 있고, 길이가 5인 등차수열은 5, 11, 17, 23, 29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길이든 소수로 등차수열을 만들 수 있다는 정리입니다. 


이 정리는 2004년 테렌스 타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교수와 벤 그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가 증명했는데요. 


타오 교수는 이 연구로 2006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필즈상을 받을 정도의 연구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을 것 같은데요.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았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네, 이후 세키 교수는 그린-타오 정리가 담긴 논문을 어딜 가든 들고 다녔습니다. 


당연히 고등학생이 논문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래서 밥 먹을 때도, 다른 공부를 하다 잠깐 쉴 때도 꺼내 보며 프린트한 논문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답니다. 


하지만 이 정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하는 건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가능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그린-타오 정리 연구'를 시작한 걸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세키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은 2017년 2월부터 그린-타오 정리를 본격적으로 파기 시작합니다.


논문 마지막에 제기된 문제들을 풀고자 노력한 건데요.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필즈상을 받은 타오 교수조차 풀지 못할 만큼 어려운 문제였으니까요. 


2년 가까이 되어도 연구에 진척이 없자 세키 교수는 이 문제만 고집해서 풀다 실패하면 이름 없는 수학자로 남을 게 뻔한 것 같아 계속 이 연구를 해야할지 말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까지 열심히 연구를 했는데 진척이 없어서 고민과 갈등도 참 많았을 것 같습니다.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그런데 그때 코로나19로 수학학회들이 열리지 않게 되자 동료 수학자들이 세키 교수에게 그린-타오 정리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세미나를 열었는데요. 


2019년 4월부터는 세키 교수를 포함한 5명의 수학자가 그린 타오 정리를 더 큰 수 체계까지 확장한 n차원 별자리 정리 증명에 나섭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4개월쯤 되던 때에는 한 교수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5개월 동안 매일 이야기 나누며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머리를 맞댄 결과 2022년 4월 드디어 논문을 작성해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그린-타오 정리'를 훨씬 더 큰 수학 체계에서도 성립하도록 확장한 건데요. 


별자리 정리가 어떤 내용일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별자리 정리란 그린-타오 정리를 가우스 소수라고 부르는 수 체계까지 확장한 정리입니다. 


구체적으로 가우스 소수들을 좌표에 점으로 나타내면 언제나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고, 그 모양이 무수히 많다는 겁니다. 


여기서 가우스 소수는 x와 y가 정수인 x + yi 꼴의 수 중에 '소수' 역할을 하는 수를 말합니다.


1을 제외한 자연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 가능해 소수를 자연수의 원소라고 부르는데요. 


가우스 소수도 x + yi꼴의 수들의 원소의 역할을 하는 수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러면 이름이 왜 별자리 정리인 걸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이 정리는 그린-타오 정리를 증명한 논문에서 제기한 문제로, 2006년 타오 교수가 증명했습니다. 


타오 교수는 가우스 소수 중 일부를 뽑으면 마치 하늘에 수 놓은 별자리처럼 보인다고 이를 별자리 정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세키 교수와 공동 연구자들은 2차원에서만 성립했던 별자리 정리를 n차원에서도 성립하도록 일반화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별자리 정리를 n차원까지 확장한 연구를 한 건데 그렇다면 아직 검증할 부분도 남아 있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네, 현재 이 논문은 학술지에 게재 신청을 한 상태로, 수학자들의 검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자들 사이에서 논문 발표 요청이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소식을 수학동아가 알게 된 것도 세키 교수와 공동 연구한 수학자가 KAIST 수리과학과에서 주관한 세미나에서 연구를 발표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국내 수학자가 제보한 덕분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15년을 넘게 공부해서 낸 성과인데요. 


이렇게 한 문제를 계속 연구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세키 교수는 오랜 기간 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로 '좋아해서'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는데요. 


좋아하는 것을 하는 데에는 끈기가 필요하지 않다며, 좋아하니까 어려워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최근 '그린-타오 정리'라는 책도 썼는데요.


이 책을 보고 자기처럼 이 정리에 매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논문에 적지 못한 여러 과정과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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