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증가세 2.7배, 주가 상승폭 23배… 서학개미하는 이유 있었네

김은정 기자 2023. 2.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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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주당순이익 증가세, 미국이 2.7배
주가 상승 폭은 23배나 벌어져
미국 주식 거래액이 17% 돌파
/일러스트=박상훈

10년 전 퇴사하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안모(42)씨. 투자를 시작할 때는 국내 주식만 갖고 있었지만, 5년여 전부터 미국 주식 직접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해외 주식 비율이 70% 수준으로 늘었다. 안씨는 “한밤중에 굳이 샀다 팔았다 하지 않아도 미국 주식은 사두면 오르는데, 국내 주식으로는 도대체 돈 벌기가 어렵다”면서 “언젠가 해외 주식만 하는 날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거래 대금이 코스피 거래 대금의 17%(작년 12월 기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렇듯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의 수익성 증가세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제자리걸음 한국 증시… 투자자 떠난다

2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 2010년 평균 5152원에서 2022년 7387원으로 4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은 104.7달러에서 225달러로 115% 증가했다.

주당순이익은 회사가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회사의 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한 주당 어느 만큼의 순이익을 냈는지를 따지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이게 많아질수록 배당도 넉넉히 줄 수 있어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12년간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상승세가 한국보다 2.7배는 빨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주가 변동 폭은 더 큰 차이가 났다. 2010년 말 2051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작년 말 2236.5포인트였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가 상승 폭이 9%에 그쳤다. 연간 상승률로 따지면 0.8%에 지나지 않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에 비해 S&P500 지수는 1257.64에서 3839.5포인트로 205% 뛰었다. 이 기간에 미국 시장에 투자했다면 연평균 17%의 수익률을 거뒀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관계자는 “결국 한국 주식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증시가 쭉정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미 주당순이익 격차 2.7배, 주가 격차는 23배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주당순이익 증가율 격차보다도 주가 상승률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많은 전문가는 실적 외적인 요인, 즉 숱하게 지적돼 온 후진적인 기업 지배 구조와 고질적인 짠물 배당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을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45국 상장 기업 3만2428곳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의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 지배 구조, 주주 환원 수준, 회계 투명성, 기관 투자자 비율, 재무적 특성 등 여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을 분석해 보니, 미흡한 주주 환원 수준과 기업 지배 구조 문제가 역시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됐던 주주 환원 정책과 기업 지배 구조 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지만, 그럼에도 주요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현저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법·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의 관행과 인식 개선, 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좀비 기업들을 증시에서 솎아내는 한편, 될성부른 떡잎을 제대로 골라 선별적으로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먹을 것 없는 흥부집’(주식시장)에 ‘자식 수’(상장 기업)만 늘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은 “미국이야말로 돈 못 버는 ‘썩은 달걀’도 공시만 충실히 한다면 시장에 남겨두는 편”이라며 “미국 주식 수익률이 더 높은 것은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가는 초대형 성장 기업들이 끊임없이 출현하기 때문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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