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일본에 할 말 제대로 하고 있나
어제(22일), 한미일이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을 했습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 훈련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훈련 장소를 '일본해'라고 표기했습니다. 어제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이 사실을 전하며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 '일본해' 표현 아직 수정 안 돼
하지만 미 인태사령부는 보도자료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오늘(23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변경하지 않은 상태"라며 "한국은 미국 측에 그런 사실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어제 일본 시마네현은 이른바 '다케시마(독도를 일본이 부르는 이름)의 날' 행사를 열었습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연례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고, 이날 독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군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군사훈련을 했는데, 미국은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고 명기했습니다.
■일본 위협하는 ICBM
한미일 대응 훈련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었습니다. 18일 북한이 ICBM인 '화성 15형' 1발을 시험발사한 뒤, 그에 대한 대응으로 마련된 훈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성 15형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떨어졌는데, 북한은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무기이지만, 북한이 고각 발사로 비행거리를 줄여 일본 열도 주변에 떨어진 겁니다. 미사일이 낙하하는 모습이 일본 홋카이도 곳곳에서 포착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다음날인 19일 담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신 이틀 뒤인 20일 600mm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는데, 발사거리를 계산해보면 우리 군산기지와 청주기지를 위협하는 도발이었습니다.
일본은 "역내 안보상 과제에 대응한 3국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한미일 '공동훈련'을 실시했다"며, 해상자위대가 한미 해군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한 점을 부각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측정 물질 축소…외교부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어제 일본 관련 소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해, 측정 대상 방사능 물질 종류를 기존 64개에서 30개로 줄이는 방안을 승인했습니다. 일본은 "방사선 영향평가 결과 오염수 해양방출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축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한일 외교당국의 국장급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우리 밥상에 오를 수산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국내 공론화와 과학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외교부는 한 언론에서 '측정 물질 축소' 추진중이란 사실을 보도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측 결정에 대한 외교부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원전 오염수가 객관적이고 또한 과학적으로 안전하고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맞춰서 부합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일본과도 소통해나갈 계획"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해 G7(주요 7개국) 의장국인 일본은 G7 공동성명에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는 인체·환경에 영향이 없고, 투명한 처리 방식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강제동원 배상 협상, 분주한 한국 VS 버티는 일본
한일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협상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입니다.
우리 정부는 4차례 민관협의회, 1차례 공개토론회 등을 열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관련 동향이 포착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을 열 명분이 서지 않습니다. 급기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책까지 동원했습니다.
다음달 인도에서 열릴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양자 회담이 다시 열리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일본 외무상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불씨마저 꺼졌습니다.
윤진 기자 (j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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