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부·野 vs 검·경·與… 압수수색 영장 심문 놓고 첨예한 대립

홍다영 기자 2023. 2. 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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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형사소송규칙에 찬반 갈등
일러스트=정다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피의자, 제보자, 검사 등을 불러 심문하는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서초동이 둘로 갈라진 가운데, 여야까지 가세하며 논쟁이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더불어민주당은 불필요한 압수수색과 국민 기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경찰·대한변호사협회, 여당인 국민의힘은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기일을 정해 심문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 정보를 압수수색할 때 압수수색하려는 검색어 등을 미리 제시해야 하며, 압수수색 당사자의 참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불필요한 압수수색·국민 기본권 침해 줄여야

대법원은 과도한 압수수색을 줄이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피의자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확보해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별건(別件) 수사로 압박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관행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는 지난 2013년 16만6877건에서 2021년 31만7509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각각 91.6%, 91.3%였다.

법원에서는 압수수색 영장 심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처럼 영장이 청구될 때마다 실시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이라며, 수사 밀행성(密行性·비밀을 유지하며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 심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지금의 압수수색은 검찰 수사 정당성을 과장하기 위한 떠들썩한 쇼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혐의와 무관한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으로 별건 수사의 길을 터 놓고 있다”고 했다.

민변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 심문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민변은 22일 “수사기관이 산발적인 압수수색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형해화하는 모습이 반복됐는데 적절한 사법 통제의 일환”이라며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이번 (대법원) 입법예고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막고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면 적절한 고지와 참여권 보장, 실질적 의견 진술 기회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사 내용 유출돼 차질, 증거 인멸 우려

대검찰청은 현재 전국 검찰청 66곳에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전국 검찰청 중 최소 절반 넘는 곳에 의견을 보냈으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으로 수사 내용이 유출돼 피의자의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형사소송규칙에는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할 때 검색어를 미리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이는 성범죄·마약·간첩·방위 산업·기술 유출 등 은어를 자주 사용하는 범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압수수색 영장 심문에 대한 내부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밀행성과 신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정리해 조만간 대법원에 보낼 방침이다. 한 경찰은 “경찰은 내사, 입건 전 조사 등을 합쳐 연간 160만~200만건쯤 수사한다”며 “경찰 내부에서 수사 심사관 제도로 수사팀과 별개로 엄격하게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하고 있는데, 압수수색 영장 심문까지 더해지면 거의 5중 심사 체계가 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도 압수수색 영장 심문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피의자가 압수수색에 미리 대비할 수 있어 수사 밀행성을 해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한다는 취지다. 대한변협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의 근거가 상위법에 없다고 보고 있다. 헌법 12조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는데, 법률이 아닌 대법원이 권한을 갖고 있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으로 압수수색 영장 심문을 하는 것은 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게 대한변협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압수수색 영장 심문에 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 2′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법원이 피의자를 심문하면 피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고 도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가 압수수색 전 피의자 심문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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