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3건 중 1건은 문제 드러나

황재성 기자 2023. 2. 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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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2023.2.9 뉴스1
정부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불법이 의심돼 조사한 물건 3개 가운데 1개꼴로 위법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부동산거래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였지만 세금 탈세 등을 목적으로 편법증여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 등기를 하는 일도 적잖았다.

정부는 이들을 국세청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해당기관에서도 혐의가 확인되면 탈루세액 징수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정부는 또 지난해 9월 이후 직거래된 아파트에 대해서도 다음달부터 7월까지 5개월 간 기획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전 최고가보다 높은 값으로 거래된 것처럼 신고한 뒤 1년 쯤 뒤 이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높이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 적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23일(오늘) 이런 내용의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조사’(이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직거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동일 아파트를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거나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거래하거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과 거래하면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 802건이 주요 타깃이었다.

● 10건 중 8건은 거래신고 위반

조사 결과 위법이 의심된 거래는 조사대상의 34.4%에 해당하는 276건. 3건 중 1건 이상에서 위법 가능성이 발견된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214건(77.5%)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이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은 부동산 또는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중계약을 없애고, 부동산 거래를 투명하게 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을 사고 판 사람들은 계약이 체결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의 시장이나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공동으로 신고하거나, 국토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http://rtms.molit.go.kr)을 통해 신고해야만 한다.

신고내용은 ▲사고 판 사람들의 인적사항 ▲계약 체결일, 중도금 지급일 및 잔금 지급일

▲거래대상 부동산의 소재지와 지번, 지목, 면적 ▲거래대상 부동산의 종류 ▲실제 거래가격 ▲계약의 조건이나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건 또는 기한 등이다.

만약 공인중개사가 거래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인적사항과 사무실전화번호 등 개업공인중개사와 관련한 정보도 포함된다. 법인이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에는 취득목적 과 자금조달계획 등 좀 더 다양한 정보가 요구된다.

이밖에 실제 거래가격이 6억 원 이상인 주택을 매수하거나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거래한 주택에 대해서도 자금조달계획과 입주예정시기 등에 대한 내용을 신고해야만 한다.

이를 어긴 사실이 확인되면 관할 지자체에서 취득가액의 5%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 탈세 위한 편법증여도 적잖아

위법 의심 거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특수관계인 간 직거래를 통해 편법증여를 한 경우로, 77건(27.9%)에 달했다.

대표적인 게 부모에게서 아파트 구입자금을 받아 부모나 부모 소유 기업이 갖고 있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제대로 된 자금 출처 등을 밝히지 못한 경우이다.

우선 20대 자녀 둘이 부모 소유의 아파트를 17억 5000만 원에 공동매입하면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10억 원에다 부모를 세입자로 하는 전세금 8억 원짜리 임대계약을 체결한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들에게 5억 원씩 증여했고, 취득세도 대신 내줬다.

국토부는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20대 자녀들이 전세금 8억 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의심된다며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가 확인되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 추징이 이뤄진다.

부친이 대표인 법인이 소유한 21억 원짜리 아파트를 자녀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편법증여가 의심된 사례도 있었다. 이 자녀는 전세금 8억 5000만 원을 내고 살다가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12억 5000만 원을 더해 해당아파트를 매입했다.

국토부는 전세금 8억 5000만 원의 조달과정이 분명하지 않은 점에서 법인자금을 유용했거나 편법증여가 의심된다며 국세청에 통보했다.

● 집값 띄우기 위한 부동산실명법 위반도

이번에 적발된 사례 가운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도 19건이나 됐다.

시누이가 올케(오빠나 남동생의 아내)에게 아파트를 팔면서 구입대금을 모두 본인이 제공했다가 4개월 뒤 다시 해당아파트를 사들인 경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를 다시 사들일 때 대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일종의 ‘집값 띄우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전거래(自轉去來)인 셈이다.

국토부는 이를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명의신탁으로 보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등과 같은 처벌이 내려진다.

이번 조사에서는 10년 간 임대로 살다가 분양을 받을 수 있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를 당첨 받은 매도인이 이를 매수인에게 재임대한 뒤 분양시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다. 공공임대아파트는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전대)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국토부는 매도인이 이를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해당 지자체에도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통보했다.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취득가액의 5%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도 부과된다.

● 다음달부터 ‘집값 띄우기’ 집중 조사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 이어 다음달부터 7월까지 진행될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조사’에서는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집값 띄우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2년간 이뤄진 거래 중 장시간 경과 후 거래를 취소하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로 거래한 후 취소한 경우이다.

이 기간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계약해지 거래는 모두 209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3.7%(918건)가 최고가 거래였다. 경기에선 9731건의 주택 매매계약이 해지됐는데, 최고가 거래가 취소된 경우는 23%(2282건)이다.

특히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고가에 거래한 뒤 취소한 사례에 대해 ▲실제 계약서가 있는지 ▲계약금 지급과 반환(배상배액)이 이뤄졌는지 등이 집중적으로 조사된다. 이 과정에서 명의신탁이나 탈세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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