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10% 깎으면 "잘했다"… 손해사정민원율 높이는 '검은손'
"협력 정비업체에서 정상적인 절차로 보험금을 청구한 것도 무조건 5~10% 깎으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상부 지시대로 최대 10% 깎으면 일 잘하는 직원이라고 칭찬 받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손해사정사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을 거절한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보험사의 성과평가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손해사정 민원 증가와 보험금 과당 청구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 11곳 중 8곳이 여전히 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보상부서 KPI(성과평가지표)에 보유 손해율, 손해 절감액, 평균 보험금 등을 포함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보험금 지급 통계를 기반으로 보험금 지급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률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거나 업체별 순위를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금 삭감률을 최소 5%로 제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만 지급하면 되는데 무조건 깎으라고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손해사정 자회사나 위탁 손해사정사를 통해 손해액을 산정한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로부터 건당 일정 수준의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자회사에 대한 KPI에서 보험금 부지급률을 직·간접적으로 넣어 지급 보험금을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1년 2월 보험금 삭감이나 지급 거절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합리한 평가 요소를 KPI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금 삭감 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공정한 보험금 지급 심사 및 손해사정 업무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대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은 여전히 해당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삭감을 위한 불합리한 관행이 협력업체·피해자의 보험금 과당 청구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보험금 인상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손해사정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노력에도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지난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사정은 보험업권의 신뢰 유지 측면에서 공정성, 객관성이 핵심이지만 현행 제도는 소비자 권익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손해사정 관련 민원 접수는 2018년 100건에서 2022년 278건으로 2.8배 증가했다. 2021년까지 손해사정 관련 민원 접수는 100건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278건으로 늘어나며 사상 최초로 민원 접수가 200건을 넘어섰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접수된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총 954건으로 생명보험사가 144건, 손해보험사가 810건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손해사정 지연' 민원이 전체의 73.6%인 702건으로 나타났으며 '손해사정서 교부' 민원이 18.1%인 173 건으로 뒤를 이었다.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수익자에게 '보험사와 협의 권유 또는 협의 강요'를 했다는 민원도 15건이나 됐다. 이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변호사만이 타인의 위임을 받아 일반법률사무를 대리할 수 있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 연도별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2017년 117건에서 2022년 278건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한 손해사정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유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보험사와 거래를 이어가려면 보험 청구액을 삭감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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