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국고보조금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다고요?

김지환 기자 2023. 2. 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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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금 회계·노조 일반회계
교묘하게 엮어 노조 흠집내기
“지원금엔 외부회계 감사 실시
정부에 결과 제출···감독받아”
양대노총, ‘일반회계’ 제출 거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노조 회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연일 노조 회계를 겨냥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별개 사안인 정부지원금 회계와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 일반회계를 교묘하게 엮어 노조 흠집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국고보조금을 받은 노조가 관련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보조금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은 노조는 관련 회계자료를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고용노동 분야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계획서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이 정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7개 사업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며 지난해 기준 1244개 단체가 2350억원가량을 지원받았다. 1244개 단체 중에는 양대노총뿐 아니라 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도 포함돼 있다.

17개 사업 중 노동계가 지원을 받는 대표적 사업이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양대노총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77억원을 지원받았다. 가장 지원 규모가 큰 사업은 한국노총의 ‘교육, 법률상담 사업 등’이다. 지난해 양대노총에 지급된 32억5700만원 중 80%(26억원)를 차지한다. 다만 민주노총의 경우 총연맹 차원에선 이 사업에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양대노총은 같은 기간 광역자치단체들로부터 1343억원을 지원받았다. 노동부 지원금 177억원과 합치면 총 1521억원가량이다.

보조금 사업은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외에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고용평등환경 개선 지원사업, 지역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사업, 안전보건문화 정착 사업 등이 있다. 가장 지원액이 큰 사업은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으로 지난해 기준 1207억원이 지급됐다.

민주노총의 경우 보조금 사업과는 별개로 2002~2005년 약 30억원을 지원받아 사무실 임대차 보증금으로 쓰고 있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중앙은 국고보조금에 대해 외부 공인회계사 2명이 포함된 외부회계감사를 연 2회 실시해 결과를 노동부에 제출하고 있다”며 “예산 수립에서 집행까지 ‘e나라도움’이라는,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관리·감독받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보조금 사업 회계자료가 아니라 조합비로 운영되는 일반회계자료 중 일부다. 노동부는 노조법 27조에 근거해 자율점검결과서와 재정장부와 서류 증빙자료(표지 1쪽, 내지 1쪽)를 제출하라고 노조에 요구했다.

양대노총은 증빙자료로 표지는 제출하지만 내지까진 낼 순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원은 당연히 재정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수 있지만 정부가 내지까지 보겠다는 것은 노조 자주성 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노동부가 노조에 재정장부와 서류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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