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응급실 뺑뺑이’ 막는다… “건보 모자라면 국고 지원”(종합)

김명지 기자 2023. 2.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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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상급종합병원 예비지표 공개
소아 환자 거부하면 2027년 상급병원 퇴출
“전공의 없으면 전문의 체제로 돌아가야”
“중요한 건 보상,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발표”
건보 재정 적자에 어린이공공병원 등 국고 투입 불가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2020.8.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어린 자녀가 밤늦게 열이 펄펄 끓는다거나, 갑자기 다쳐서 병원 응급실을 찾아도 진료를 봐 줄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막기 위한 소아 의료 대책을 정부가 22일 발표했다.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를 거부 하거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은 대형병원은 오는 2027년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6월 예비지표 공개…내년부터 적용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응급 중증 소아 환자의 의료 체계를 구축해서 진료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어린이병원이 돈 걱정없이 소아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어린이공공병원)를 전국적으로 더 늘리고,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 중증 소아진료 관련 지표를 포함시켜, 대형병원들이 어린이 응급 중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밤이나 휴일에 소아 응급상황이 많은데,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서 응급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꽤 있었다”라며 “이번 평가지표 개선 등을 통해서 응급진료를 제대로 하는 병원들이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중환자나 희귀질환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다. 정부는 3년에 한 번 병원 인력, 시설, 장비, 교육 수준 등을 평가해 ‘상종병원’으로 지정하는데, 이렇게 지정되면 3년 동안 기본 진찰료를 비롯한 수가를 다른 병원들보다 5~15% 더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종합병원들은 평가 기준을 맞추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국내 병원에서는 소아과 진료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아과 전문의 고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일례로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4년째 소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어서 지난해 한시적으로 소아 입원 진료를 중단해 논란이 됐다.

그 당시 의료계에선 ‘전공의가 없으면 전문의를 뽑아야지,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 실장은 “소아과 전공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병원 진료 체계를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체제로 바꿔서,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책은 의대 정원 확대

현재 4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서울 14곳을 포함해 전국 45곳이다. 정부는 올해 5기(2024~2026년) 병원을 지정하는데, 이에 맞춰 신설 예비지표를 발표하면, 6기(2027~2029년)부터 평가에 반영된다.

정부는 병원들이 6기 지정에 대비해 늦어도 내년부터 소아과 전문의 고용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 예비지표는 오는 6월 평가에서 (예비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은 의대 정원 확대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아청소년과 등 비인기과인 필수의료로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중요한 것은 보상”이라며 “이번 대책에서 중증·응급, 소아·분만 등의 수가를 인상한 것처럼 필수 의료 분야에도 우선순위를 정해 수가 인상 폭과 범위를 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보상 및 지원 대책을 현실화하기 위한 재정 마련과 의료계와의 협의 도출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국회에서 간호법, 의사면허박탈법 등이 본회의에 직부의되면서 대한의사협회 내부 갈등으로 의정협의체가 중단된 상태다.

소아 환자의 입원진료비 30% 인상 등 병원에 지원하는 수가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하게 된다. 하지만 건보 재정이 당장 내년( 2024년)부터 2조6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의 운영비와 장비, 시설 강화와 야간 휴일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확대 등에는 건보가 아닌 국고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임 실장은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와 달빛어린이병원 기본 인프라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국고로 지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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