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파업조장법”…제조업 현장에선 벌써 파업공포 [이념에 경도된 정책]

2023. 2.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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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하자 경영활동 위축우려
조선·철강·자동차업계 등 강성노조 많을수록 큰 문제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2차 산업군 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슈가 불편하다. 최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불법쟁의 행위로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다는 법 취지상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A사는 하청근로자들의 쟁의행위에 맞서 협상해야 한다. A사의 한 임원은 “법이 통과되면 사측이 갖는 갈등 주체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며 “현장에서는 ‘제대로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겠냐’는 걱정이 벌써 나온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포함한 경영계 전반에서는 ‘경영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계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동쟁의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파업공포가 벌써부터 번지는 추세다. 하청노동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할 경우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공장 생산라인. [연합]

손경식 경총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파업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라면서 “여기에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 제한하면 1년 내내 파업으로 인한 노사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협회도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 측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 면제로 노조의 불법행동을 조장해 현장의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의 반발은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앞선 법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권리분쟁까지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 무산된 법들이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경영진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진행하는 것을 막는 수준에 그쳤다면, 노란봉투법에 따라 쟁의 대상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지금까지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만 파업이 가능했지만 법이 통과되면 단체협약을 체결해 유효한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근로조건에 대해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조선·철강·자동차업계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하청지회가 불법으로 1독을 점거해 창사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작업이 중단됐다. 이 기간 손해액은 회사 추산 8000억원에 달했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이 같은 불법파업은 합법파업이 된다.

경제계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의 심의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김고현(왼쪽부터) 한국무역협회 전무,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경총 제공]

철강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제철소는 고로 가동을 멈출 경우 많게는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해 10월 노조 파업으로 열연1·2공장의 가동에 차질을 빚으며 막대한 피해를 봤다.

강성노조가 많은 자동차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지엠(GM)이 경영난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노조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집무실까지 강제 점거했다. 사무실에 난입한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로 카젬 사장 집무실 내 책상 등 집기를 부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이후 하청업체 근로자를 통해 추가로 벌어질 수 있는 파업의 형태다.

국내 제조업체 대다수 역시 노란봉투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기업의 88.6%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노란봉투법이 입법돼 예상되는 영향으로 기업들은 ‘빈번한 산업현장 불법행위’(56.9%)와 ‘사업장 점거 만연으로 생산차질 발생’(56.9%)을 가장 우려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21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웨비나에서 “노사가 이견이 발생하면 법원을 통해 다투기보다 파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파업만능주의’를 조장할 것”이라며 “파업은 노조원의 집단행위인데도 개별 조합원별로 행위를 입증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기에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호한 문구를 통해 계약관계도 없는 하청근로자의 사용자가 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도급 사용에 엄청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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