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에 ‘진심’인 학생들이 과학도 잘 안다···한국 학생들 세계 평균보다 우수

강한들·김기범 기자 2023. 2.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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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글로벌기후파업’을 열고 있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다./문재원 기자

환경에 관심이 큰 학생일수록 과학 교육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는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 ‘질 높은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ISA) 2018’의 조사 결과를 이용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생들은 환경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됐나’ 보고서를 지난해 말 발간했다. PISA는 세계 각국 15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보고서다. 이전에는 ‘과학 교육’에 대한 성과를 위주로 측정했던 것과 달리 PISA 2018에서는 친환경적 태도·행동 등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했다.

연구를 보면, 주로 선진국 학생들은 조사에 포함된 ‘지속가능성’ 관련 문항들에 대부분 정확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문항에 정확하게 답한 학생이 적었다. 예를 들어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즉각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해법이고, 장기적 대응이라는 것을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등 선진국에서는 85% 이상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파나마 등에서는 41~49%만이 정답을 알고 있었다. ‘방파제 등을 구축한다’는 것이 단기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국, 대만 학생은 4명 중 3명꼴이었지만, 브루나이나 태국 등에서는 절반 정도의 학생이 ‘단기적 대응’이라고 답하지 않았다.

‘청소년기후행동’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글로벌기후파업’을 열고 있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다./문재원 기자

또 세계 각국의 학생 4명 중 3명은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5명 중 4명의 학생은 ‘지구 환경을 돌보는 것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학생 5명 중 3명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고도 답하면서 자기효능감을 느꼈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에게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거나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이 이상의 내용을 근거로 환경 인식, 환경적 목적의식, 환경 이해 효능감 등 세 가지 ‘환경적 태도’별로 살펴본 결과 약 절반 정도의 학생은 셋 모두를 갖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들을 “환경에 열성적”인 학생으로 분류했다. 62개국 중 19개국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환경에 ‘열성적’이었다. 세 특성 모두가 없는 학생들은 ‘환경에 무관심’한 학생으로 분류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10% 미만만이 환경에 ‘무관심’했다.

보고서를 보면 환경적 태도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을 가진 학생은 ‘환경에 무관심’한 학생보다 과학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 태도를 많이 지니고 있을수록 과학 교육 성취도는 높았다. 환경에 열성적인 학생과 환경에 무관심한 학생의 과학 평균 점수 차이는 평균 82점이었다.

한국은 환경에 대해 ‘열성적’인 학생이 70%에 달했다.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한 학생들도 90%에 육박했다. 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 학생도 90% 이상,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알고 있거나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도 약 90%로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학생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변수로 두고 살펴본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가정 출신일수록, 여학생일수록 더 환경에 ‘열성적’인 학생이 될 가능성이 컸다. 환경에 대한 태도가 과학 학습을 위한 호기심과 동기로 작용하거나, 과학적 이해도가 환경 관련 태도를 형성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행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행동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랐다. 보고서가 말하는 ‘행동’에는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 더 비싸더라도 윤리적·환경적 이유로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것, 온라인으로 환경·사회적 청원에 서명하는 것, 정치적·윤리적·환경적 이유로 제품 또는 회사를 보이콧하는 것,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가정 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평균 78%였으나, 기업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평균 30%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환경에 관한 학생들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과학교육에 투자’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일부는 기후 문제가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 시급한 문제라고 말할 것이고, 이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성인들의 행동이 굼벵이같이(sluggish)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상식을 갖기 전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고서 서문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학생들은 지금은 인구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 미래의 100%다.”

‘청소년기후행동’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글로벌기후파업’을 열고 있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다./문재원 기자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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