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하다 어딜 만지는 거야”…女정치인 대놓고 성추행하는 일본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2.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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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통일지방선거 앞두고 ‘상담센터’ 개설
일부 남성 유권자, 의원들 심리 악용
“악수할 때 손 쓰다듬고 겨드랑이까지”
지난해 6월 12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개최된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에서 이노세 나오키(사진 왼쪽) 전 도쿄도 지사가 에비사와 유키 입후보 예정자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화면 캡처]
선거를 앞두고 일본에서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성적 괴롭힘 문제가 심각해지자 급기야 상담센터까지 생겼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여성의원 괴롭힘 상담센터’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전국 여성 의원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무료 온라인 상담을 할 것”이라고 센터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여성 의원을 서포트하는 단체 ‘스탠바이 위먼’의 하마다 마사토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마사토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여성 정치인들로부터 피해 사례를 들으면서 전용 상담 창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비서 없이 혼자 다니는 지방 여성의원들이 특히 성적 괴롭힘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8년 남성 유권자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폭로한 도쿄도 마치다시의 히가시 도모미(38)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가시 의원은 “남성 유권자들 중 일부는 악수를 할 때 손을 쓰다듬거나 팔에서 시작해 겨드랑이까지 손을 타고 올라오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술 취한 사람에게 강제로 안겼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유권자들 일부는 의원들이 자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악용해 여성 의원들을 향해 신체적 성적희롱과 언어폭력까지 구사한다”고 토로했다.

고문을 맡은 일본 조치대 법학부 미우라 마리 교수는 “일본에서는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며 “근본 법률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회가 괴롭힘 방지에 대해 논의하기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피해를 당하고 있는 분이 있기 때문에 상담 센터를 설치하는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남성 정치인이 여성 정치인을 성추행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거리 연설 도중 발생한 일이다.

당시 일본의 한 남성 정치인은 거리 연설 도중 여성 후보의 어깨와 가슴 등을 툭툭 치는 영상이 올라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에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가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열린 일본유신회 거리 연설회에서 옆에 서 있던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의 어깨와 가슴, 머리카락 등을 수차례 툭툭 치고 쓰다듬는 행동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지난해 6월 12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세 전 지사는 이날 같은 당 출마 예정자들과 함께 거리유세를 하던 중 자기 발언을 마친 뒤 지역구 입후보 예정자 에비사와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과정에서 문재의 행동을 했다.

실제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노세 전 지사는 에비사와를 소개하며 그의 어깨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가슴쪽을 수차례 툭툭 쳤다. 그리고 다시 손은 어깨로 올라왔다.

이 영상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성희롱이다” “머리카락과 어깨 이어 가슴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공개적으로 성추행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이노세 전 지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경솔했다”며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피해 당사자인 에바사는 “그에게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며 이노세 전 지사와 나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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