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서 딱 걸린 고등학생 커플 첫마디 “학교에 통보되나요?”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2. 22. 11: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룸카페 단속현장 동행 취재
새학기 맞아 룸카페 집중단속 강화
출입금지 시설인줄 모르고 왔다가
발길 돌리는 10대들도 눈에 띄어
청소년 출입땐 업주 입건 후 수사
지난 21일 룸카페 단속 중 적발된 미성년자 손님들이 진술서를 쓰고 있다 <이지안 기자>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혹시 학교나 집에 통보가 가나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 자치경찰이 인근의 룸카페 단속을 하던 중 한 업소에서 미성년자 커플이 적발됐다.

마포구 관내에 있는 A 룸카페를 단속하자 방 안에서 앳된 얼굴의 커플이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들은 단속반 안내에 따라 진술서를 작성하고 귀가 조치를 받고 돌아갔다.

업주는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고 손님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해당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 안내 문구 미부착과 신분증 미검사, 청소년 출입 허용 등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될 예정이다.

매일경제 기자가 동행한 이날 단속 현장에선 청소년 출입 금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학생들이 룸카페에 들어오려다 돌아가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몇몇 2009년생 학생들은 홍대 소재 C 룸카페 출입문에 부착된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 업소’라는 스티커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청소년 출입이 안 되는지 몰랐다”며 “우리 같은 청소년들이 마땅히 놀 공간이 점차 없어지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서울시가 신학기를 맞아 룸카페 등 청소년 유해업소 집중단속에 나섰다. 시는 앞서 2월 3일부터 14일까지 룸카페, 멀티방 등 168개소를 대상으로 자치구, 경찰 등과 함께 합동 점검을 실시했지만 불법행위가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다음달 14일까지 단속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민생사법경찰단이 마포구 일대 룸카페를 단속하고 있다. <이지안 기자>
주요 단속 사항은 △ 청소년 출입·고용금지 업소임에도 이를 알리는 표시를 하지 않음 △ 청소년 출입·고용금지 업소에 청소년을 출입시킨 행위 △ 밀폐 구조에 침대, 욕실을 설치하는 등 숙박업 요건을 충족함에도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한 행위 등이다.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금지 시설 형태로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적시돼있다. ‘룸내 화장실 별도 설치’나 ‘침구 비치’ 등도 해서는 안된다. 룸카페 대부분은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 기준에 해당한다.

단속반은 침대, 욕실까지 설치해 운영하는 일부 룸카페에 대해서는 무신고 숙박 영업행위로 신고할 예정이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이번 단속은 신학기 청소년 보호를 위해 실시하는 만큼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단속과 점검으로 룸카페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되자 룸카페 업주들의 불만 역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룸카페가 언론에 보도되며 인식이 나빠지고, 단속이 이어지면서 손님이 끊겼다는 이유에서다.

A 룸카페 사장은 “월세가 350만원인데 본전도 못 찾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B 룸카페 직원은 “룸카페는 청소년 커플만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생일 파티를 하기도 하는 곳”이라며 “최근 룸카페 논란이 불거지면서 룸카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단속 주체가 여럿인 점도 업주들의 불만이다.

현재 서울시는 민생사법경찰단을 주축으로 25개 구청 소재의 룸카페를 단속 중이다. 서울시가 1차적으로 단속하지만 구 차원에서 자발적 단속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 민생사법경찰은 “룸카페가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구청장들이 경찰에 대해 푸시(강력히 요청)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생사법경찰단은 룸카페 외에도 셔츠룸, 안마방 등 청소년 유해 전단지 수거 등의 단속도 병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유흥업 관련 단속이 감소하면서 유흥업 관련 전단지가 무차별 배포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조치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유흥가 인근 주택까지 뿌려지는 유해 전단지를 수거하고 ‘대포킬러’를 활용해 업자와 수요자의 통화를 막을 것”이라며 “이동통신사에 해당 전화번호 이용정지를 요청해 범죄 발생 요인을 미리 차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