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우크라전에 '도랑치고 가재 잡고'…중국의 속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됐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에 날을 세웠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원인을 제공한 건 서방 측이라며 화살을 미국과 나토에 돌렸습니다. 물론 패배란 있을 수 없단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우크라 전쟁 속 틈새 보는 중국
그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몇 달 안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다자 평화 대화를 촉구하고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강조할 거란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정상회담 문제를 집중 협의할 걸로 보입니다.
관건은 러시아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얼마나 호응해주느냐 입니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쟁 책임론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에 설전이 치열하지만 적어도 전쟁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 대화를 하자는 데에는 러시아도, 서방도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래도 저래도…손해 볼 것 없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반대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꾸준히 러시아를 돕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비록 직접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 제품을 수출하는가 하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리며 궁지에 몰린 러시아를 도왔습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에게 최대 위협인 미국과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를 돕는 게 중국에게 나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전 장기화로 미국이 공급망 차질과 유가 폭등 같은 문제에 빠지면 빠질수록 중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자 평화 대화 제안 이야기는 왜 나온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미국 중심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된다면 신(新)냉전으로까지 불린 국제 분쟁을 해결한 새로운 리더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설사 잘 안된다 해도 중재자로서 노력한 정도 이미지를 얻는데 그치겠지만 크게 잃을 건 없어 보입니다.
또 중재 시도가 무산될 경우, 미국 등 서방에 책임을 돌리면서 무기를 포함한 본격적인 러시아 지원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게 러시아는 경쟁자이기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기도 하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미국과는 질적으로 다른 관계입니다. 중국의 속내와 선택을 지켜볼 때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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