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의 부활… 유니클로 끌어내린 토종 브랜드
토종 패스트패션 브랜드 ‘탑텐’은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 안에 184㎡(55평) 규모 매장을 새로 열었다. 작년 11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대서울병원 안에 매장을 낸 이후 병원에 매장을 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탑텐 관계자는 “입원 환자나 보호자가 안감이 부드러운 속옷이나 양말, 각종 기본 의류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 병원에도 매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시장만 보지 않고 숨은 소비자 수요를 찾아 새 상권을 개척한 것이다. 탑텐이 작년 매출 7800억원을 올리며 유니클로(7043억원)를 제치고 국내 SPA 시장 1위를 차지한 비결 중 하나다.
매출 성장의 또 다른 비결은 고물가 시대에 더욱 두드러지는 가격 경쟁력이다. 소재와 부자재를 통합 구매해 비용을 줄이고, 자체 공장 생산으로 비용을 또다시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덕분에 남성용 기본 티셔츠 가격이 6600원에 불과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조장해 환경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이미지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됐던 패스트패션(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자체 개발 의류 판매점) 브랜드가 다시 약진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성비 좋은 의류를 찾는 소비자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H&M, 자라같이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불렸던 해외 브랜드보다 탑텐, 스파오, 미쏘, 에잇세컨즈 같은 토종 브랜드가 더 가파르게 팔리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탑텐과 유니클로(매출 7043억원), 스파오(4000억원) 등 주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작년 매출은 2021년보다 각각 33.3%, 21%, 25%씩 급증했다.
◇고물가에 토종 SPA 날았다
2020~2021년 매출 3200억원대에 머물렀던 이랜드 그룹의 스파오도 작년 매출이 4000억원으로 올라섰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을 기획·발주·생산해서 매장에 입고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48시간 안에 끝내는 소위 ‘2일 생산’을 통해 상품 회전을 빠르게 한 것이 주효했다. 베이직 푸퍼(패딩 점퍼) 3만9900원, 베이직 스웨트 셔츠 1만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스파오 관계자는 “2일 생산 체제로 생산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제품은 품절 없이 빠르게 공급한 덕분에 재고가 혁신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또 다른 SPA 브랜드 미쏘도 전년보다 8.5% 신장한 12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트렌치코트 같은 상품을 5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 젊은 직장 여성이 입기에 적합한 디자인이 호응을 얻었다.
오랫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적자를 냈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도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올해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면서 “가성비 좋고 트렌디한 상품을 계속 내놓고, 매출이 높은 중소형 매장에는 인력과 투자를 집중했던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몸집 더 키운다
토종 SPA 브랜드들은 올해 매장을 늘리고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몸집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작년까지 555개 매장을 낸 탑텐은 올해 620여 개까지 매장을 늘리고 매출은 9000억원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엔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스파오는 현재 100개인 매장을 올해 120개까지 늘리고, 스파오 키즈 매장도 현재 30개에서 6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중순부터는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스파오 관계자는 “매장 한 곳당 매출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면서 “객단가를 더욱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68개 매장을 갖고 있는 에잇세컨즈는 2025년까지 매장을 80여 곳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키고 모든 매장 서비스를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려,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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