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는데도 계속 나오는 '용산 기자실 이전설'의 함정
용산 인근 국방부 관련 부지들, 차례로 '기자실 이전부지설' 무성
대언론 소통 문 닫은 윤 대통령 문제, 기자실 이전 명분돼선 안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지난해부터 대통령실이 기자실을 용산 청사 바깥으로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지만, 이미 화두가 됐던 기자실 이전 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는 반응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지난 15일께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실 기자실이 용산역 드래곤힐 찜질방 뒤쪽 국방부 부지로 이전할 예정이고, 이전일은 미확정'이라는 내용의 지라시가 공유됐다. 용산 미군 부지에 위치한 드래곤힐은 코로나19 이후 폐업한 상태로, 청와대 영빈관처럼 국빈 만찬을 진행하는 장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 곳이다.
용산 기자실 이전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난해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그해 11월28일 여권 고위관계자는 SBS에 “대통령과 기자실이 너무 가깝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출근길 문답도 오히려 흠집만 남게 됐다”며 “별도 건물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홍보수석실에서 반대하고 있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통상 여당 지도부나 대통령실 수석급,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수석급 이상의 인물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실 기자실의 외부 이전은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논의가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당시 거론된 기자실 이전 부지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부터 도보로 약 7분거리에 위치한 국방 컨벤션센터였다. 주로 연회, 예식 등의 장소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이후 대통령실 청사 맞은편 약 5분 거리의 육군회관, 육군호텔 부지인 용산역 인근 용사의집 부지로의 이전설도 돌았다. 그러다 용산 청사에서 도보로 약 30분 거리의 드래곤힐 부지까지 언급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기자실 이전에 대한 검토 여부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실에 와서 한 번도 기자실의 이전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드래곤힐 부지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을 거란 전망이 있었지만, 동시에 기자실 이전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기자는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한 것에 비춰보면 기자실 이전이라고 못 하겠느냐”고 전했다.
대통령실 쪽에서 출입기자들이 기자실 이전을 원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길 내심 바라는 것 같다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중단되고, 대통령 출입구와 기자실 사이가 벽으로 가로막힌 가운데 기자실이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은 실익보다 불편이 크다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20일자 내일신문에는 <<a href="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51803">윤 대통령과 기자들의 '무의미한 동거'>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이 게재됐다. 해당 칼럼은 “청사 바깥으로 기자실을 옮겨달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자조 섞인 그 말이 이젠 농담 같지 않다”며 “어느새 '통제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현실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거라면 기자들과 대통령은 옛날처럼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도어스테핑' 실패, 기자를 건너뛴 국민과의 접점 확대, 기자들을 불편해하는 대통령실 등 소통 문제를 “불편하고 의미 없는 동거는 그만 끝내는 게 어떨까 싶다”라는 결론으로 이어간 것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애초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면서 내세운 '출근하는 대통령의 상시적 소통' 약속이 뒤로 밀려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1일 “현장의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데 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생긴다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취재를 위축시키거나 축소시키지 않는 방향을 (대통령실과) 기자들과 상의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기자들의 불편을 내세워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있지 않나.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으로 옮기면서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이 언론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이었는데 그런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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