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가릴 처지 아니지만 … 혼밥족은 사양합니다"
1인 손님 오면 회전율 떨어져
점심 피크시간 혼밥족 안받아
"인건비까지 올라 어쩔수 없어"
황당·불쾌하다는 혼밥 손님들
"결국엔 자영업자들 손해볼 것"
21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 입구에는 '점심시간에는 부득이하게 1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찾았던 손님 일부는 식당 안내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곳 외에도 주변 식당들에는 비슷한 문구가 적힌 안내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이 식당들은 대부분 내부에 2~4인석 테이블이 5~8개 정도밖에 없는 작은 곳이었다.
식당 주인 A씨(55)는 "주로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찾아 평일 점심 장사가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는데 최근 매출 감소를 겪었다"며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물가와 고임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피크시간대에 '혼밥' 손님을 받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47)는 "손님을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혼자 와서 2~4인석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으면 점심시간이 한정돼 있어 매출에 타격이 있다"며 "원래는 가리지 않고 받다가 고정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혼밥 손님을 점심 피크시간대에는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난방비와 원재료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가운데 구인난 속 오를 대로 오른 임금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이미 고충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과 비교해 2022년 2월 105.30에서 2023년 1월 110.10까지 치솟았다. 외식 사업체 노동력의 월별 평균 임금도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0월 195만6000원에서 2022년 10월에는 232만5000원으로 4년 새 36만9000원이 올랐다. 이 같은 통계는 매년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늘어나면서 '혼밥족'도 함께 늘어나 이들을 위한 식당이 곳곳에 등장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며 자영업자들의 매출 부담이 커지자 되레 혼밥족을 기피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이 식당들은 대개 규모가 작고 오피스 상권에 있어 평일 점심 등 특정 시간대에 대부분의 매출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좁은 공간에 테이블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2인석이나 4인석에 혼자 앉는 손님을 받지 않고 최대한 채워서 받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조 모씨(41)는 "점심시간이 시작될 시간에 8인석에 혼자 온 손님이 앉아 이를 다른 좌석으로 안내했다가 손님이 기분 나빠 하며 나간 적이 있었다"며 "혼자 오는 손님들을 보면 대부분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단체손님보다 천천히 먹고 나가 회전율에 타격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손님들의 반발도 크다. 평소 혼밥을 자주 한다는 직장인 최 모씨(27)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손님 입장에서 황당하긴 하다"며 "그런 식당을 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가지 않게 돼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와 임금 상승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마진이 적게 남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이런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전략을 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손님이 많이 오는 곳들이라는 의미인데, 잘되는 식당들까지 불경기의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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