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연구 현장에 이미 스며든 챗GPT...과학자들 “브레인스토밍에 가장 많이 쓴다”

최정석 기자 2023. 2. 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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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연구자 672명 대상 생성 AI 활용 설문조사
브레인스토밍·코드 작성 등에 활용하는 경우 많아
아직 장난감으로 여기는 경우도… 오류·편향 많아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를 이용해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누구냐'고 질문한 모습. 전 부총리인 '홍남기'라는 대답과 함께 ‘2021년 기준 정보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 아닐 수 있으니, 다른 소스의 정보를 좀 더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AI(인공지능)는 당신을 대체할 수 없다. 대신 AI를 잘 다루는 인간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를 비롯해 AI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종사자들이 최근 즐겨 쓰고 있는 문구다. 심층학습(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르게 성장 중인 AI 성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AI를 도구로써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듯 최근 과학계에서 AI가 이미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연구자 672명을 대상으로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Generative) AI를 얼마나, 어떻게 활용 중인지를 물은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생성 AI란 텍스트나 이미지와 같은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주는 AI다.

그래픽=손민균

설문조사에 응한 연구자 10명 중 8명에 해당하는 532명(79.4%)은 챗GPT를 비롯해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디퓨전(Stabel Diffusion)과 같은 도구들을 연구 현장에서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성 AI를 한 번도 써본 적 없다고 한 연구자는 138명(20.6%)에 불과했다.

생성 AI가 연구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브레인스토밍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27%(132명)가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생성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24%(117명)는 ‘프로그램 코드 작성’ 시 생성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이밖에 프레젠테이션 작성(16%), 문헌 검토(16%), 연구용 원고 작성(16%), 논문에 넣을 각종 그래픽 작성(10%), 연구 보조금 신청서 작성(10%)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소수 연구자는 과학적 내용을 검색하거나 과제물 작성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연구 활동에 생성 AI를 쓰지는 않는다는 연구자가 아직은 더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57%(278명)는 자신의 연구와 무관한 창조적 활동에 생성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생성 AI를 재미있는 ‘장난감’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성 AI를 연구에 활용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시간 절약’이 꼽혔다. 이탈리아 교육혁신연구소 인디어(INDIRE) 소속 연구원인 제시카 니에빈트고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데이터세트 분석, 코드 작성과 디버깅, 문헌 검토처럼 연구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생성 AI가 대신 해줄 수 있다”며 “연구자들이 실질적인 연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더 나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이공계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인 한 연구원도 “원하는 정보를 입력만 하면 관련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연구실 컴퓨터에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항상 켜놓고 작업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챗GPT의 가능성을 보고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사이버대 전자과 겸임교수로 있는 정승익 메타피아 대표는 오는 1학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챗GPT를 과제 작성에 활용해도 좋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챗GPT를 사용하면 양질의 정보를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의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수식이 가득 써 있는 칠판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모른다. 챗GPT가 만든 의학 논문 초록을 과학자들이 3분의 1은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Pixabay

반면 우려도 나온다. 생성 AI가 학습한 인터넷 상의 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편향적일 경우 별도 피드백 없이는 AI가 이를 사실인 것처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뮌헨대 내분비및당뇨학과의 사나스 미르 바시리 박사과정 연구원은 네이처 인터뷰를 통해 “챗GPT가 내게 제공한 문헌들 목록 중 실존하는 게 단 하나도 없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생성 AI가 제공한 정보를 한 번 더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 결과적으로 생성 AI를 안 쓰느니만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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