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尹이 거부권 쓸텐데..." 野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왜?

민동훈 기자 2023. 2. 21.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해철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정부와 여당의 반발에도 다수 의석의 힘을 앞세워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국회 재적 의석 299석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재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높은 만큼 실제 법이 시행될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처리를 밀어붙인 데에는 거대야당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법사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직부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사위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60일 이상 심사하지 않으면 상임위로 돌려보내 재적 위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물론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관심이 많은 법안, 민생법안이 한 정치세력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동의없이 야당이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야당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석수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줄 알고 민주당이 통과시켰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단해서 말할 순 없지만 예측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국회의 결정을 뒤집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지만 최근 노동 개혁의 고삐를 죄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로 반전한 만큼 여론의 동조를 등에 업고 보다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의식한 야당은 이날 노란봉투법 개정안 통과 직후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논의 진행 과정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강행 의지 이면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계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이재명 대표로 향하는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한편 의회에서 거대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민주당은 이 법안 처리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최대 공약수를 찾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당과의 합의 처리에 무게를 뒀다.

그러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발송되면서 노란봉투법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의 주장이다. 임이자 의원은 "진짜 노조를 위한 법이면 문재인 정부 때 하지 그랬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안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앞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농성장을 찾아 노란봉투법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정의당을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2019년 4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선거법 개정 문제를 연계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합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이 요구하면 대기업이나 원청은 자신들의 근로자가 아니어도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방탄 카르텔"이라고 성토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