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만원 벌어요"…AOA 권민아도 당한 '채팅알바' 교묘한 수법

정세진 기자 2023. 2.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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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전 멤버 권민아가 2019년 12월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아내를 죽였다' VIP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걸그룹 AOA 출신 권민아씨가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채팅사기'를 당했다고 밝힌 가운데 권씨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채팅사기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달 초 권씨가 "A업체가 채팅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본인에게 돈을 요구하고 협박했다"고 고소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권씨는 지난 6일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채팅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팅 아르바이트로 얻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하려 했지만 A업체 측은 환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현금을 요구했다. 권씨는 A업체 측 요구에 6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업체는 권씨의 개인적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주 등을 특정하기 위해 정확한 사건 경위 및 추가 피해자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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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채팅알바'를 검색하면 42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타난다. /사진=인스타그램

몇 년 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채팅알바를 모집한다는 사기수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취업준비생과 가정주부 등이다. 이 같은 범죄는 다수의 사기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기준 인스타그램에 '채팅알바' 키워드로 검색하면 42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30만~80만원 보장' ''수다 떨며 수익창출' '당일 최대 4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워 고수익을 원하는 사회초년생이나 가정주부 등에게 접근한다.

사기 조직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익명의 남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포인트를 쌓고 그 포인트를 환급받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피해자를 유혹한다. 이 과정에서 나체사진을 보내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인다. 이때 확보한 나체사진은 추후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협박하는 용도로 악용된다.

피해자가 환급을 요구하면 사기조직은 '포인트 환불을 위해선 회원 등급을 올려야 한다' 등의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

지난 1월 12일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가 제공한 채팅알바 앱 캡쳐 사진./사진=독자 제공

부산에 사는 간호사 A씨(26)도 지난달 27일 채팅사기를 당했다. A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채팅 앱에서 말 한마디 할 때 80원씩 지급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채팅이 시작되자 상대방은 뒷모습 사진, 가슴 사진, 나체 사진 등을 요구했다. 사진을 전송할 때마다 채팅앱 포인트가 쌓였고 A씨는 1시간 만에 현금 600만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받았다.

환급을 요청하자 고객센터 직원이라는 사람은 10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음란 사진 전송을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제재를 해제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등 명목으로 추가 1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100만원을 추가 입금했지만 환급은 이틀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최초 인스타그램으로 A씨에게 접근했던 조직원에게 따지자 그는 '네가 입금한 돈은 이미 나눠 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베트남에 있고 너도 관심 있으면 함께하자"며 "200만원 보내주면 비행기 티켓 포함해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 멍청한 애 잡으면 1억원은 벌 수 있다"고 A씨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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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 2주 후 경찰로부터 범행에 사용된 계좌주 주소 등록지인 관할의 경기 의정부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담당 경찰로부터 계좌주와 실제 사기범이 달라서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 사는 회사원 장모씨도 지난해 유사한 사기로 1억2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후 온라인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장씨는 "최근 3개월 사이에 채팅알바 피해를 인증한 사람이 120명에 이른다"며 "과거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최근에는 성관계 동영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잔혹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최지현 법률사무소 사유 변호사는 "지난해 10월까지 모집된 집단고소 모집인원은 211명"이라며 "총 피해액 합산 액수가 72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금융기관의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기 피해를 인지한 후 금융기관에 신고해도 피해를 막기 어려운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회국민청원에 채팅알바 등 기타 사기도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낸 상태다.

장씨는 "최근에는 채팅알바에 사용된 통장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로 개설된 경우가 많다"며 "은행에 착오송금을 신청할 경우 피해금 회복을 보장할 순 없어도 추후 수사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조언했다. 계좌주가 착오송금에 따른 환불 요청을 인지한 후에도 계좌를 제공할 경우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최 변호사는 "개별 형사 고소를 통해 중간책인 대포통장 전달책과 채팅 알바를 잡아 피해금액을 변제받는 것이 현재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들과 합의를 진행하는 업무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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