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형목탄 업계, 보건복지부 ‘번개탄 생산 금지’ 언급에 반발…“이게 정책이냐”
자살위해수단 관리 강화 방침 중 하나로 ‘번개탄 생산 금지’ 언급…확정안은 아냐
‘친환경 번개탄 대체제’ 개발·보급 지속 부연했지만…미봉책 비난 거세
김현응 한국성형목탄협회 회장, 통화에서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다리 없앨 건가”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성형목탄)은 생산 금지하고….’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13일 공지한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안) 공청회 발표자료’의 ‘자살위해수단 관리 강화’ 방침 중 하나로 이 같은 문구가 들어간 데 대해 관련 업계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번개탄과 농약 등 관리 강화를 내세우면서 복지부가 관리 감독 기관인 산림청 주도로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의 생산을 금지하고 ‘인체 유해성 낮은 친환경 번개탄 대체제와 개발·보급’을 지속한다고 덧붙였지만,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 고치기가 아닌 단지 수단을 없앤다는 취지로 해석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성형목탄 종류 중 하나인 번개탄은 톱밥숯을 결합제(밀가루·전분 등)나 착화제를 혼합, 구멍탄형(22 또는 25구멍형 등)으로 성형해 구멍탄 착화용으로 제조한 것으로 연탄에 불을 붙이는 데 쓰이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산화형 착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번개탄은 없다고 강조한다.
김현응 한국성형목탄협회 회장은 2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걸 정책으로 내놓느냐”고 분노했다. 이어 “번개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내린다고 번개탄의 생산을 금지한다면,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다리를 없앨 거냐”고 반문했다. 한국성형목탄협회는 국내 한국성형목탄 생산·유통 기여 등으로 목재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관련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7년 12월 설립됐다.
김 회장은 번개탄을 효율적이고 정상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직도 어르신들은 연탄불을 많이 피우고 계신다”며 “번개탄은 전국의 식당과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울 때도 많이 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을 피우면 그 불이 산소를 잡고, 산소를 잡아먹어서(없애서) 산소 결핍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번개탄을 탓할 게 아니라 극단적 선택 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근본적인 정책을 정부가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성형목탄협회는 2018년 복지부의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일환으로 번개탄의 악용 등을 막고자 판매행태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산림청과 체결한 바 있다. 협약은 ▲자살예방을 위한 자살방지 문구 삽입 ▲성형목탄의 품질 향상 ▲불법·불량 성형목탄의 유통 방지를 위한 관리 등이 골자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번개탄에는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24시간 상담전화, 국번 없이 1393, 1577-0199’와 같은 극단적 선택 방지를 위한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의 ‘번개탄 생산 금지’ 언급에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구나 장소만 차단하면 뭐하나”라며 정부가 근본 원인을 안일하게 생각한다며 꼬집었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소가 웃을 일”이라고 황당해했다.
다만, 복지부가 앞으로 관계 부처와 공청회 내용 등을 검토해 기본 계획을 보완하고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할 계획이어서 이번 알림이 완전히 정해진 사안은 아니다. 지난 13일 공청회 개최를 알리면서 복지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실질적인 자살사망자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었다.
업계에 따르면 번개탄 제품의 국내 연간 생산량은 1만5000톤 정도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 중독 우려에 따라 번개탄을 배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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