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밀수범 추적하다 '165만 명분 필로폰' 뜻밖의 적발

지난 1월 10일 대구 수성구 한 빌라에서 담배 밀수범을 체포하던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수사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빌라 안방에서 16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오늘(21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검찰 수사관들은 이날 수출용 담배 밀수조직 총책 A(63) 씨를 검거하려 대구 수성구에 있는 A 씨 내연녀 명의의 빌라에 들어갔습니다.

A 씨는 검찰 수사관들이 들어오기 전 안방에서 수출입 화물 운반대(팔레트) 밑에 은닉한 필로폰 봉지를 일일이 꺼내던 중이었습니다.

방에 보관된 7개 팔레트에서 찾아낸 주먹 크기만 한 필로폰 봉지는 무려 397개에 달했습니다.

총중량은 50㎏으로 시가로 1천657억 원 상당에 이르는 양입니다.

단일 적발 규모로는 전국을 통틀어 역대 세 번째 많은 양입니다.

검찰은 51억 원 상당의 수출용 담배 13만 2천300보루를 밀반입한 혐의로 A 씨를 추적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마약과 관련된 정보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A 씨가 담배, 금괴, 고추 등을 밀수해 오던 상습 밀수범인 것은 알았지만, 마약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검찰은 총책 A 씨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마약 밀수 때 수출입 화물 운반대로 사용하는 팔레트를 이용한 적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수입 품목은 쓰레기통이었습니다.

쓰레기통은 세관 관심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통관 때 철저한 검사를 받지만, 부산항 하역 때 하는 X레이 검사와 용당세관 통관 때 모두 숨긴 마약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박성민 부장검사는 "팔레트는 무게가 상당하고 숨길 공간이 많다"며 "세관에서 검색할 때 주요 수입 물품은 검색하지만, 운반대인 팔레트는 검색을 잘하지 않아 그동안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수사는 검찰 마약 수사 역량 복원 이후 1호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사건은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수사가 제한·축소됐다가 지난해 말 마약 수사 역량 복원에 나서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부활한 뒤 거둔 첫 적발 사례입니다.

서울 중앙, 수원,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 6대 지검 강력부는 2021년 7월 인천, 대구지검 2곳만 남기고 다른 부서에 통폐합됐습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해 12월 강력범죄수사부가 재설치되면서 수사관이 추가 배치됐고, 이후 부산을 비롯해 전국 4곳에 강력범죄수사부 내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출범했습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관과 긴밀히 공조하고 마약 수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부산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제공, 연합뉴스)

김용태 기자tai@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