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문화재교육, 절반이 ‘어려움’

도재기 기자 2023. 2.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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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류호정 의원, 사상 처음 실시된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 결과 분석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전국 초·중 864개교 조사
학습자료 부족, 단조로운 수업, 1회성 교육 많아
교육부와 협력체계 시급…정보 제공·교사 연수 확대, 체험학습 활성화해야
전국적으로 처음 실시된 ‘2022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초·중학교의 문화재교육 필요성 인식은 높지만(위 그림) 실제 교육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2022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 보고서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초·중학교의 문화재 교육 실태조사 결과 학교 현장에서의 문화재 교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교육의 필요성은 높게 인식하면서도 실제로는 교과서 내용을 보조하는 학습자료의 부족, 흥미를 갖기 힘든 단조로운 수업 방법과 1회성 교육, 예산 부족 등에 따라 현장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교사·학생들의 관련 인식개선, 학습자료 같은 정보 제공의 강화, 수업 방법의 다양화, 관련 교사들의 연수 프로그램 확대, 체험 학습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문화재청의 의뢰로 (재)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22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학교는 문화재교육의 필요성은 높게 인식하면서도 실제 진행하는 교육은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의 96.1%, 중학교의 92.2%가 학교 교육에서 문화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자유학년(학기)제·현장체험 학습·방과후 학교 운영 등 연계교육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문화재교육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17.3%, 중학교 5.9%에 불과했다.

교과에 편성된 문화재 관련 수업을 진행할 때 초등학교 49.9%, 중학교 55.8%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교과서 내용을 보조할 수 있는 학습자료나 관련 정보 부족, 교과서의 내용 부족, 학생들의 흥미·관심 부족 등에 따른 것이다. 초등학교의 64.5%, 중학교의 48.0%가 학습자료 부족을 호소했다. 또 현재 ‘이론 학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체험 학습’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교육 교과는 초등 대비 중학교에서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

문화재 연계 교육의 운영 경험과 향후 계획과 관련, 초등학교의 32.7%, 중학교 68.6%가 연계 교육을 운영하지 않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 교과 간 수업 조정 어려움 등이 꼽혔다. 연계교육을 할 경우 연간 횟수는 초등학교 5.33회, 중학교 2.88회였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문화재 관련 활동은 초등학교의 10.8%, 중학교의 5.3%에서 진행됐다. 문화재 관련 동아리는 초등학교의 10.6%, 중학교의 19.8%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문화재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업방법의 다양화’ ‘수업자료 지원’ ‘외부 문화재 교육기관·단체의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중학교는 ‘담당 교사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주요 요소로 꼽혔다. 학교 문화재교육 활성화의 주요 요소인 교사들의 문화재 관련 연수 욕구는 높지만(초등학교 79.4%, 중학교 78.3%) 실제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는 초등학교 18.8%, 중학교 18.7%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부분 시·도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교사들의 문화재 관련 연수 욕구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위 그림), 학교 현장에서 연계교육이 힘든 이유로는 ‘교과간 시간 조정 어려움’ 등이 지목됐다. ‘2022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보고서

효과적인 문화재교육 방법으로 초등학교는 ‘교과 수업’(50.4%), ‘현장 체험학습’(35.8%) 순으로, 중학교는 ‘현장 체험학습’(42.1%), ‘교과 수업’(37.8%) 순으로 꼽혔다. 조사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문화재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주체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 관련 교육자료 제공 확대, 교사들의 연수 및 학생들의 체험기회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문화재교육 콘텐츠 접근성 개선, 기존 교구재 홍보·보급 확대, 교원 문화재교육 역량 강화 및 동기부여 제공 등이 요구됐다. 중장기적으로 문화재교육 콘텐츠·플랫폼 개발, 학생 중심의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지역별 교재·프로그램 개발 지원, 부처 간 및 지역 내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적 연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등학교 479개, 중학교 385개 등 모두 864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교사들 심층 인터뷰로 지난해 처음 이뤄졌다. 문화재 보존을 넘어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학교 문화재교육 활성화 등을 담은 개정 문화재보호법 시행에 따른 첫 전국적인 조사다. 학교 문화재교육은 정규 교육과정 및 이외의 활동에서 문화재를 소재·주제로 해 문화재 애호의식 함양 등에 이바지하는 교육을 말한다.

조사보고서는 “학교 문화재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시행 시 객관적인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최초의 문화재교육 실태조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일관적·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호정 의원은 “이번 조사는 학교 문화재교육 현장의 생생한 상황, 개선점 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문화재의 제대로된 보존·활용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문화재청이 주무 부처로서 문화재교육 활성화 방안 마련과 시행, 교육부·전국 시·도교육청 및 지역 관련 기관·단체 등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와 교사·학생 등 현장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것”이라며 “ ‘학교 문화유산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등 학교 현장에서의 문화유산교육 활성화와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마련·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사상 처음 실시한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 결과를 담은 ‘2022 학교 문화재교육 실태 조사’보고서 표지(왼쪽)와 조선시대 궁궐인 창덕궁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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