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기업에 투자하고 싶었는데”...회사채펀드와 아무런 차이없는 ESG 펀드

정현진 기자 2023. 2. 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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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면서 채권시장 또한 ESG 채권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기존 채권 펀드와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 발행 목적과 상관 없이 ESG 이름표가 유통되고 있고, 투자 대상이 비슷하다 보니 수익률마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ESG 채권 발행 규정을 정비해 일반 채권과 구분되는 ESG 채권 발행을 독려하고, ESG 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발행사와 투자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펀드 수익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러스트=유연호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ESG 펀드(크레딧포커스ESG 펀드)’에는 연초 이후 무려 4619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14년간 운용되고 있는 크레딧포커스ESG펀드는 국내채권형 공모펀드 중 가장 큰 규모로, 2020년 ESG 채권 투자 전략을 더해 정비한 이후 국내 대표적인 ESG 채권형 펀드로 분류되고 있다. 크레딧포커스ESG 펀드의 ‘활약’으로 지난해 6981억원가량이 순유출됐던 국내 ESG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6412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두고 ESG채권형 펀드에 관심이 다시 몰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펀드가 일반 회사채 펀드와 큰 차이점이 없다는 데 전문가들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크레딧포커스ESG펀드뿐 아니라 올해 들어 자금이 몰린 ESG채권형 펀드는 ESG라서 주목받은 것이 아니라 채권형 펀드여서 주목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가능성 때문에 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한 것일 뿐”이라며 “대부분 ESG 펀드가 일반 주식형·채권형 펀드와 투자전략이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도 유사하다. 연초 이후 국내 ESG채권 펀드 누적 수익률은 1.87%,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3.1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9%, 3개월 수익률은 3.24%로 비슷한 수준이다.

ESG 운용 전략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SG를 어떻게 투자 전략에 활용할 것인지 아예 언급하지 않은 펀드가 다수이고, 펀드의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잣대인 벤치마크 지수도 ESG 관련 지수가 아닌 일반 채권 지수를 따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해당 펀드가 기대하는 수익의 비교치가 되는 벤치마크 지수를 ESG와 상관없는 일반 채권 투자 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ESG채권 발행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기업 입장에서 ESG채권 발행 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ESG채권의 발행·유지비용이 기존 채권보다 높은 상황에서 ESG채권 발행으로 기업이 얻는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ESG채권이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기존 채권에 이름만 ESG를 가져다 붙인 꼴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ESG 채권 발행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환경과 관련된 ‘녹색채권’ 뿐만 아니라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ESG채권의 요건을 법적·규제적으로 정의하고, 적격ESG채권 발행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녹색채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공개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사회적 채권’, 사회·환경적 책임에 관한 ‘지속가능채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ESG채권 발행비용에 대한 세액 감액뿐 아니라 외부 검토 비용을 지원하고, ESG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의 투자 세액을 공제해 주는 방안, 또 ESG채권의 이자비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ESG채권 발행 비용을 낮춰 일반 채권에 비해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또 투자자에게 이자 소득에 대한 소득공제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이어 ESG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외부 검토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성을 보유한 회계법인, 신용평가회사 등 외부 검토 기관 등을 통해 적격ESG채권과 자금 활용처에 대한 사후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ESG채권 발행 때 발행 목적과 적절성에 대한 사전 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사전적 측면에서는 해외보다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사후검증 평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따라 데이터를 축적하다 보면 ‘그린워싱’ 사례도 줄고 ESG채권 발행과 쓰임이 더 적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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