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족집게 도사 마이크 윌슨 "주식 시장, 죽음의 지대 진입해"

오현우 2023. 2. 21. 10: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마지막 구간 '죽음의 지대'에 빗대
자본 메말라 상장폐지하는 스타트업 줄이어
견고한 지표에 Fed 긴축 이어갈까 노심초사

미국 월가에서 족집게 도사로 알려진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 투자책임자(CIO)가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이 메마를 거란 관측에도 투자자들이 투기성 주식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이다. 통화 긴축이 지속될 거란 공포가 뉴욕을 휘감고 있다.

 "주식 시장, 죽음의 지대 진입했다"

20일(현지시간) 포천지에 따르면 윌슨 CIO는 투자자 서한에 "현재 주식 시장은 가서도 안 되고 죽음밖에 없는 '죽음의 지대(Death Zone)'에 올라섰다"고 경고했다.

윌슨 CIO는 시장 현황을 에베레스트산 죽음의 지대에 비유했다. 해발 고도 8000m대의 고산지대를 가리키는 말로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길목이다. 진입하면 18시간 안에 벗어나야 하는 곳이다. 에베레스트 정복 과정의 마지막 구간인 탓에 정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때문에 산악가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구간으로도 유명하다.

거친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 시장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됐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S&P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현재 16% 상승했다. 올해 들어 6% 오르며 상승 랠리가 펼쳐지는 중이다. 윌슨 CIO는 이런 상승장을 죽음의 지대로 봤다. 고점으로 향하는 길목처럼 보이지만 유동성(산소)이 메마를 거란 관측이다.

윌슨 CIO가 내세운 근거는 주가수익비율(PER)이다. S&P500 지수의 PER 값은 지난해 10월 15배에 그쳤다. 지난해 말 18배까지 상승한 뒤 현재 18.6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를 벗어난 뒤 강세장이 펼쳐진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윌슨 CIO는 "벨류에이션이 확대되기 시작한 건 산소(유동성)가 부족해질 거라는 전조 증상이다"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신호를 무시하고 가장 투기적인 주식에 투자하며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슨 CIO의 비관론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그는 지난해 투자 전문매체 기관투자가(Institutional Investor)가 선정한 최고의 주식 분석가로 꼽혔다. 지난해 초 월가에서 낙관론이 만연할 때 그는 홀로 매도세를 예견했다. 올해도 S&P500 지수가 3900포인트에 머무를 거라고 관측했다. 20일 S&P500은 전 거래일보다 0.28% 하락한 4079포인트를 기록했다.

 상장 폐지하는 기업 줄이어

윌슨 CIO의 말마따나 상장 폐지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2021년 뉴욕증시에 기업 공개(IPO)한 기업 중 10여개가 사모펀드에 기업을 매각하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2019년에 상장한 기업 8곳도 비상장사로 전환됐다. 상장한 지 3년 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유동성이 경색된 탓이란 해석이 나온다.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의 자금이 메말랐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본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틈을 노린 사모펀드가 기업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며 대주주로 등극했다.

캠핑용 그릴을 제작하는 웨버는 공모가인 주당 14달러보다 적은 주당 8.05달러에 매각됐다. 클라우드 보안업체 수모 로직도 공모가(주당 22달러)의 절반가량인 주당 12달러에 팔렸다. 월가에선 앞으로 몇 달간 더 많은 상장사가 기업을 매각하고 상장 폐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도맡던 벤처캐피털(VC)도 자금이 동났다. 지난해 4분기 206억달러를 조달했다. VC 전문 데이터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65% 축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9년 만에 최소치다. 자본조달에 성공한 벤처 펀드도 226개에 불과했다. 2021년 4분기에는 620개의 펀드가 신규 자본을 유치했다.


지난 10년간 월가를 지배한 기술주 성공 신화가 무너졌다는 반응이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다른 투자업체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품이 끼었다. 사모펀드에 맞먹는 규모의 벤처펀드도 결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주 주가가 급락하고 IT업계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며 벤처투자 열기가 식었다. 이제 연기금, 대학 기금, 패밀리 오피스 등 기관투자가들이 VC를 외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Fed 긴축 고삐 더 조일까

미국 경제가 침체를 비껴갈 거란 낙관도 투자자들의 불안에 빠트렸다. 자칫 미 중앙은행(Fed)가 긴축 기조를 더 이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WSJ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월가 투자자들은 Fed가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최근 나타난 경제지표들이 되레 개선되며 '노 랜딩(무착륙)' 가능성이 대두됐다.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월가 전망치보다 높았고 소매 판매도 1개월 기준으로 약 2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실업률도 53년래 최저치를 기록해 노동시장도 견고한 모습을 나타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양호한 경제지표는 시장에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현재 투자자들은 지표가 Fed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가 과열된 상태가 지속된다면 Fed는 예상보다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할 수 있다. 금리가 더 올라가면 급격한 경기침체에 빠진다. 지난해보다 더 큰 충격이 시장을 덮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자문사 파, 밀러&워싱턴의 마이클 파 사장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억제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여전히 너무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이는 분명 위험자산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