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인구 앞둔 베트남 ‘도시화’로 성장 박차[가깝고도 먼 아세안](6)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평균 연령 32.5세. 유엔이 극찬하는 생산가능인구가 70% 달하는 인구 황금 구조의 나라 베트남이 올해 공식적으로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가족계획국은 ‘해마다 1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베트남 상황에 비춰 2023년 중순쯤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 2월 14일 현재 베트남 인구는 유엔 기준 9962만명이다. 규모로는 전 세계 15위다. 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2억7750만명), 필리핀(1억1730만명)에 이은 3위다.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인구 1억명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멕시코 등 5개국뿐이다. 브라질이 조만간 그 대열에 합류하고 베트남이 그다음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을 두고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센터 CEBR(Centre for Economics and Business Research)은 2035년에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던 대만(21위)과 ‘아세안 최대 경제국가’인 태국(29위)을 물리치고 베트남이 세계 19위의 경제 국가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물론 많은 인구가 꼭 국가 경제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구 1억이 넘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필리핀 등은 그 풍부한 인구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언젠가는 성장할 나라’ 후보 신세다. 하지만 풍성한 인구와 그에 걸맞은 도시 인프라가 개발된다면 탄탄한 내수 시장이 국가 경제 발전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은 틀림없다.
2018년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도시화’라고 단언했다. 폴 로머 교수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서구 선진국들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도시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 경제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도시이며, 국가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도시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베트남 정부가 폴 로머 교수의 내생적 성장 이론을 적극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요즘 베트남은 도시화율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도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2030년까지 도시화율 50% 달성 목표 2000년 24.4%, 2011년 31.1%였던 베트남 도시화율이 2022년 41.7%로 처음 40%대에 진입했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도시화율 7위로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도 도시화율이 저조하다. ‘급속한 도시화가 경제적 효율성과 빠른 경제 성장을 가져온다’는 폴 로머 교수의 이론에 따르듯 베트남은 도시화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도시화율 45%, 2030년까지 5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반적으로 도시화가 이뤄지면 전국에서 인구가 몰려든다. 우수한 노동력이 공급된다. 기업들은 동종 업종을 중심으로 서로 인근 지역에 몰려든다. 생산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도시화는 땅값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등 부작용도 동반한다. 밀집된 인구에 부합하는 인프라가 건설되지 않으면 저소득층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환경 위생 문제와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베트남 정부는 교통, 안전, 환경, 교육, 의료,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시티 기술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특정 도시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북부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후예, 남부 호찌민과 껀터 등 전국 5개 광역 도시로 분산한 국토 균형 발전도 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2022년 5월 우리나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스마트 시티 아시아 2022’를 호찌민에서 개최했다. 스마트 홈,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모빌리티 등 스마트 시티 산업 전반에 대한 전시회를 열었다. 개막식에 이례적으로 베트남 외교부 차관과 정보통신부 차관이 함께 참석할 정도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베트남 도시화와 한국 기업의 관계 베트남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는 스마트 도시 개발에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베트남 북부 흥옌성과 스마트 시티 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산업단지 중심의 복합도시 개발, 사회주택 부문에서 스마트 시티 개발 협력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LH가 개발하기로 한 흥옌성은 수도 하노이와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 도시이자 LG그룹의 생산기지가 있는 하이퐁을 연결하는 지역이다. 이곳이 개발되면 하노이에 집중된 인구가 흥옌성으로 이주하게 돼 하노이 인구 과밀을 해소할 수 있다. 하노이에 집중된 전문인력들이 흥옌성에 거주하게 되면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하이퐁의 취업난 해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남부 호찌민의 경우 2020년 6월 총리가 ‘국가 디지털 변환 프로그램’을 적용한 호찌민 스마트 시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투자와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투티엠(Thu Thiem)에 에코 스마트 시티 세부 조정안을 승인받고 롯데자산개발,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건설 등이 9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해 5만㎡(2만2500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60층, 전체면적 68만㎡ 규모로 스마트 복합단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특정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별 균형 발전과 국가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극찬할 일이다. 다만 스마트 시티 개발의 의미가 단순히 효율적인 도시 운영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시민이 공공 인프라를 통해 교육, 의료, 주택 등을 스마트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