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어떻게 한 방향 정렬 할 것인가?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의 큰 잔치였다. 지역 유지를 모시고, 학생과 학부모가 여러 종목에서 하나되는 행사였다. 줄다리기, 풍선 터트리기, 달리기는 필수 종목이었다. 이중 100m 달리기는 10명이 한 조가 되어 신호와 함께 목표지점을 향해 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로 응원하고, 결국 1~10등이 결정된다. 10명 중에는 뒤로 달리거나 옆으로 달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앞을 향해 직진한다. 앞에 목표가 보이기 때문에 직진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고 죽을 힘을 향해 달린다. 부모님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달린다.
직장에서의 일은 초등학교 100m 달리기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출발부터가 다르다. 10명을 한 라인에 앞을 보고 서있게 하지 않는다. 10명의 등급이 다르다. 같은 초등학교 동급생이 아닌 연차와 역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앞서 달려온 사람이 있고, 이제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동시에 신호가 울리지 않는다. 가는 방향도 제 각각이다. 앞으로 달리는 사람, 뒤로 달리는 사람, 옆으로 달리는 사람이 있다. 달리는 사람도 있고 걷는 사람도 있고, 앉아 쉬는 사람도 있고, 달릴 생각도 없는 사람도 있다. 결과에 대해 축하하거나 질책하는 사람은 많아도 중간에 우레와 같은 응원은 그리 많지 않다. 각자가 알아서 목표를 정하고, 고민하여 계획을 짜서 실행한다.
달리거나 걸으면서 직장인들은 불안해 한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가?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렇게 하면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가? 생각하지 못한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누군가 자신의 이러한 고민에 방향을 결정해 주거나,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방향 정렬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직장과 구성원의 차이는 무엇인가? 구성원은 ‘주어진 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결과물을 창출하여 보고하거나 활용하도록 하는 일을 한다. 조직장은 주어진 일을 창출하는 것이 일이다. 초등학교 100m 달리기의 주역은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주어진 틀에서 그들이 하는 일은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 100m 달리기를 생각하고, 제반 준비를 하여 달리게끔 하게 이가 바로 직장에서는 조직장이다.
조직장이라면, 올바른 방향제시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 가치관, 높은 전문성, 조직과 구성원과 적극적 소통 역량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100m 달리기처럼 일사분란하게 구성원이 달리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3가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00m 달리기처럼 목표가 명확하다면 힘을 다해 달리기만 하면 된다. 조직장은 왜 우리가 존재하며, 달성해야 할 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와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가 방향과 중점과제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이러한 방향과 과제를 믿고 구성원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만약 조직장이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미루며, 과제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조직과 구성원은 어떤 모습이 되겠는가?
둘째, 조직과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꿈과 목표가 있다고 성과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여 높은 수준의 방향과 목표 및 중점과제를 제시했다고 해도, 조직과 구성원이 수용하지 않으면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 조직과 구성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열정을 다해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마음자세와 실행이 중요하다. 이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조직장이다. 말로만 하라고 한다고 실행이 되지 않는다. 조직장의 악착 같은 솔선수범이 모범이 되어 조직과 구성원이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이 조직장의 가치 경영에 공감하여 업무에 반영되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이 ‘하나의 조직, 우리는 하나’라는 합의를 이끄는 강력한 힘은 바로 신뢰이다.
셋째, 조직과 구성원의 소통 능력이다. 조직은 다양한 성격, 목적, 일하는 방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학력이나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향하는 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 마음 속에 동일한 방향, 목적, 가치, 실천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소통이다. 전사 차원의 소통 채널도 중요하지만, 조직문화가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 간의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고, 내가 말이나 행동하는 것이 제약을 받거나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암묵적 믿음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문제, 개선 또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 언제든지 말할 수 있고 이를 검토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토론하며 전사적 성장과 성과 창출을 위해 정보, 자료, 자원이 상하좌우는 물론 모든 방면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진정성을 갖고 서로 성장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관심을 가져주며 협업을 해야 한다. 조직장은 자신의 조직이 희생하고 힘이 들더라도 전사의 이익에 기여한다면, “이 일은 우리에게 이익은 없고 힘들지만, 회사를 위해 나를 믿고 우리 이 일을 함께 하자”는 말을 해야 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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