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개정’ 공방 격화…“쌀값 하향 평준화” VS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농민 배신”

김경호 2023. 2. 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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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서 여·야 충돌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文 정부서 반대한 법을 지금 민주당서 추진하는 게 온당하나”
민주 농해수위 간사 김승남 “양곡관리법 기본 취지 싹 빼고 쌀 의무 격리만 국민에 호도”
20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의 야권 강행 처리를 두고 충돌을 빚었다. 여권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중심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언급한 반면 야권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농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이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대했던 법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해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주도적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쌀 가격이 더 하락하고 재정 부담도 심화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건의가 장관 생각인지 물었다.

그러자 정 장관은 “아직 건의는 안 했다”며 “시기적으로 국회에서 (본화의) 통과도 안 됐기 때문에. 다만 지금 정부에서 신중히 검토를 하는데, 이건 가급적 법으로 통과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농업의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제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거부권 행사 필요가 장관 생각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이해해도 된다”고 반응했다.

신 의원은 “사실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 격리가 필요하다, 일정 조건이 됐으니까 확행해야 한다 이런 입장은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 기자 회견문에도 나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페이스북에도 나왔었다”며 “그랬던 대통령의 입장이 지금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승남 의원은 “쌀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하고 논 타작물 및 전략작물 재배 이걸 정부가 하도록 하는 게 양곡관리법의 기본 취지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런 것은 싹 빼고 의무 격리만 계속 국민한테 호도하고, 대통령실에서 거부권 행사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농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다”라고 쏘아붙였다.

농해수위 소속인 안호영 의원은 이후 수석 대변인 논평에서도 “대통령실이 ‘밑 빠진 독에 혈세 붓기’라며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뜻을 분명히 했다”며 “쌀 소비가 주는 가운데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면 쌀 생산량과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하는데, 구차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시장 격리 의무화 규정은 그럼에도 쌀이 과잉 생산될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안전장치”라며 “농민에게는 적정한 쌀 가격을 보장하는 법이고, 국민과 정부에는 시장 격리에 드는 재정 부담을 줄이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희생만 강요당해온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혈세까지 절약하자는 것인데, ‘밑 빠진 독’ 운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란 말인가”라며 “있지도 않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시장 격리를 정부의 ‘아량’에 맡기고, 피해는 모두 농민에게 전가하겠다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부 잘하는 자녀에게 대학 갈 돈이 없으니 성적을 떨어뜨리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나”라며 “능력도 의지도 없으니 처방도 엉터리다. 탁상공론으로 농민의 고통만 강요하지 말라”고 보탰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처리된 양곡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안병길 의원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당장은 농민들에게 보전해주면, 생존권 보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게 해를 거듭하고 장기화하면 쌀값이 상향해서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고 하향 평준화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행사하라고 장관이 건의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양수 의원도 정 장관을 상대로, 현재 강행 처리된 양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장기적으로 쌀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낸 뒤 “문재인 정부 때 정부나 민주당에서 양곡관리법 추진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 반대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반대한 양곡법을 지금 민주당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게 온당하다고 판단하나, 이거 좀 잘못됐다고 판단하지 않나”라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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